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지난달 무디스에 이어 며칠 전 피치에서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두 단계 높은 ‘AA-’로 유지했고 안정적 전망으로 평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도한 ‘경제위기론’에 대해서는 “올바른 진단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외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 모멘텀이 둔화됐으나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세는 건전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평가를 근거로 우리 경제성장세를 건실하다고 평가했으나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이날 “한일 간 무역 문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며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우리의 기존 전망치인 1.8%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8월1~10일 수출이 전년동기보다 22.1% 감소하는 등 ‘더블딥’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내수에서도 부동산시장 조정에 따른 역풍과 고용시장 부진, 이로 인한 건설투자 및 소비에 대한 악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이날 석 달 만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올해 전망치로 2.6%를 제시했다가 지난 5월 2.4%로 내렸고, 이날 다시 2.1%로 추가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늘어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경제상황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경제 기초체력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과 이해관계에 부딪혀 머뭇거린다면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걸고 뛰고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경제와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정부 부처 등이 규제 완화 등에 속도를 내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최근의 고용상황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정부의 정책적 효과로 일자리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고용안전망의 테두리에 들어오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크게 늘고 있으며, 실업급여 수혜자와 수혜금액이 늘어나는 등 고용안전망이 훨씬 더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근로장려금을 대폭 확대해 노동빈곤층의 소득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노인과 저소득층, 청년 일자리 창출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의 취업과 생계 지원을 위한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인 ‘국민취업지원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는 등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과 소득지원 정책에 한층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올 상반기 취업자가 전년동기 대비 20만7,000명 증가했고 고용률은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봤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근거 없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고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가 이렇게 좋은 것이 많이 있으니 우리는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어려운 것들은 힘을 모아 헤쳐나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지금 시점에서 재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내년도 재정확대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내년 예산 규모를 최대 530조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엄중한 경제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예산을 통해 분명히 나타나도록 준비를 잘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홍우기자 세종=정순구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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