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앓던 20대 후반 남성이 실종된 지 3년여 만에 자신의 옛 거주지와 이웃한 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이 초동수사에서 실종자 수색에 실패하고 구청도 공가(空家)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에서 경찰의 실종 수사 및 초동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유사 사건이 확인되면서 경찰의 초기 위기관리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경찰은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빈집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최초신고를 한 청소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변사체는 목을 매고 있었고 시신은 부패해 뼈만 남은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변사체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즉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정을 의뢰했고 한 달여 뒤 변사체는 20대 후반의 젊은 남성 A씨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건을 종합하면 A씨와 가족은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거주하다 세종시로 이사를 갔고 A씨가 이사 직후 이전 집에 두고 온 짐이 있다며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가 휴대폰을 꺼놓고 연락이 두절됐는데 이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군대 전역 후 정신질환을 앓고 약물 복용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출 신고를 했던 유족들은 A씨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에 출석해 A씨가 평소 “이해가 어려웠던 사람이었다”며 “책을 읽어도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을 읽고는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없고 유가족의 추가 수사 의견 제시 등이 없어 검찰의 수사지휘 아래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청소 업체 관계자의 신고로 변사체가 3년여 만에 발견되면서 당시 경찰의 실종신고 접수 직후 초기대응과 이후 구청의 시설관리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A씨가 발견된 곳은 A씨의 가족이 세종시로 이사를 가기 전에 살았던 주택의 바로 옆집인데 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찾지 못했다. 다만 실종 수사 경력이 오래된 경찰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이 있으면 위치추적을 해 반경을 탐문하고 수색하는데 (그마저도 없으면)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건축 건설현장 정비와 청소 등을 맡는 구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6월에 변사체를 발견한 것도 구청 직원이 아니라 구청이 용역을 맡긴 청소 업체다. 청소 업체 관계자는 “변사체가 발견된 곳과 같은 폐허나 빈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구청은 주로 겉만 청소하고 안까지 청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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