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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궐석재판? '일본NO' 라지만 법원 용어는 일본식 투성이

궐석재판·가처분·각하 등

일본식 한자어 표현 법률에 수두룩

법무부 '알기 쉬운 민법' 개정안 국회 제출

일본 강점기 당시 강제로 징용된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우리나라의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이 경제보복을 단행한 지 2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70대 남성이 서울 종로구의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물이 담긴 봉투를 투척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광화문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촛불 문화제가 열리는 등 시민들의 항의도 거세다.

광복절 다음날인 16일에는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에서 수입되는 폐배터리·폐타이어·폐플라스틱에 대한 방사능·중금속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우리나라도 맞대응하면서 경제 전쟁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반일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법조계 등 우리나라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일본식 표현과 용어에 대한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NO일본’ 이라고 하지만 정작 각종 단어들은 여전히 일본식 투성이인 탓이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궐석재판’ = ‘궐석재판 (闕席裁判)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 출석없이 재판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피고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고 결석했다는 의미로 결석재판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일본식 한자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일반인이 알아듣기 힘든 ‘궐석재판’으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가장 많이 진행된 결석재판은 ‘국정농단’, ‘뇌물수수’ 사건 등에 연루돼 재판을 받아 온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다. 박 전 대통령이 줄곧 재판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재판에는 피고인 없이 변호인만 출석했다

◇‘가처분’= 가처분(假處分)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서 임시적인 지위를 정하기 위해 법원이 행하는 일시적인 명령 등을 말한다. 판결이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해당 기간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재판을 청구하기 전 혹은 청구와 동시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역시 일본식 한자 표현으로 임시처분이란 뜻이다.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임시처분 신청을 했으나 행정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지정 취소된 서울 지역 자사고 8곳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효력정지 임시처분 신청을 했으며 이달 23일부터 행정법원의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신청을 낸 8개 고교는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이다.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근처에 걸린 일본 경제보복 항의 현수막./백주연기자


◇각하 =
각하(却下) 역시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다. 재판에서 국가 기관을 상대로 한 행정상 신청을 배척하는 법적 처분을 말한다. 우리말 표현으로는 ‘물리침’으로 순화해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각(棄却)으로 바꿔 사용하기도 한다.

일본식 표현을 우리말 혹은 우리식 한자 표현으로 바꾸자는 의견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식 표현 바꾸기 주장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5월에 이어 이달에도 법률에 남아있는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식 표현 등을 삭제하거나 한글로 바꾼 ‘알기 쉬운 민법’ 개정안을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정(情)을 알면서’를 ‘사정을 알면서’로, ‘궁박(窮迫)한’을 ‘곤궁하고 절박한’으로 고치기로 했다. 또 ‘형무소’는 ‘교정 시설’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형무소’ 표현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억압의 상징으로 대표적인 일제의 잔재다.

‘해태(懈怠)한’도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게을리한’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의 일본식 한자어 표현 ’지려천박’도 순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생(生)하였거나’는 ‘생겼거나’로 ‘요(要)하지 아니한다’는 ‘필요 없다’로 바뀔 예정이다. ‘산입(算入)하다’는 ‘계산에 넣다’로 개선된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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