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연출 민진기, 극본 노혜영 고내리, 제작 (주)이엘스토리/ 이하 ‘악마가(歌)’)가 세련된 연출과 음악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음악이 더해진 코믹 판타지 드라마로 시작부터 ‘볼거리 맛집’을 예고했던 ‘악마가’는 회를 거듭할수록 색다른 복합장르의 매력을 과시하며 사랑받고 있다.
리얼리티를 더하는 음악부터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시공간, 3단계로 변하는 악마까지, 다양한 설정들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디테일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세밀하게 신경 쓴 흔적 위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참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악마가’. 이에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악마가’의 제작 비화를 직접 들어봤다.
#현실에 있는 듯 없는 듯, 색다른 캐릭터를 완성하는 공간 연출
윤나라 미술감독은 ‘악마가’의 전체적인 컨셉에서 “현실과 과거 그리고 판타지 공간의 차이에 신경을 쓰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과거 서동천부터 현재 하립의 개성을 모두 담아낸 ‘하립의 집’은 이런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 공간이라고. 서동천의 비밀을 간직한 지하작업실, 악마를 맞이했던 1층, 음치클리닉이 있었던 2층 음악 연습실은 모두 다른 분위기로 캐릭터의 복합적인 면을 드러냈다.
“지하작업실은 하립이 가장 자신다워지는 공간이면서 신비로운 공간이길 바랐다. 편안함이 느껴지는 브라운 컬러를 쓰면서 뮤지션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올드한 디자인 스피커를 배치했다. 실제 서동천의 나이를 고려해 오랜 시간 음악을 했고, 직접 악기도 수리할 수 있다는 설정을 보여주고 싶어서 책상 한켠에는 연장도구들을 두어 디테일을 살렸다”고 말했다.
“반면 1층은 서동천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공간이다. 차갑지만 세련되고 신비로운 느낌을 위해 좁은 복도 등으로 다양한 동선을 주었고, 계단의 경우에도 앵글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2층 연습실은 지하와 1층의 중간 분위기를 생각하며 작업했다. 일반적인 연습실과는 다른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 연습실과 녹음실을 합쳐 크게 하나로 디자인했다. 지하작업실의 느낌과 이어지는 러그, 소파로 장식하면서 1층과의 연결성을 주기 위해 같은 기둥을 사용했다”며 캐릭터를 디테일을 살린 공간 연출에 관해 이야기했다.
윤나라 미술감독이 ‘악마가’에서 가장 흥미롭게 작업한 공간은 ‘모태강의 집’이다. 그는 “대본을 봤을 때 모태강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코믹적인 요소는 배우가 잘 표현해주리라 생각해 그의 집은 최대한 차갑고 싸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건축적인 면에 많이 신경 썼다. 천정에 힘을 줘서 누르는 듯한 느낌을 표현했고, 좌우가 대칭되는 디자인과 똑같은 기둥의 반복으로 깊이감과 싸늘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전했다.
이어 “보통 오컬트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어둡고 무게감 있는 표현을 주로 하지만, ‘악마가’에서는 그런 공식에서 탈피해 밝고 세련되면서도 사람냄새가 나도록 표현해보고자 노력했다”며 ‘악마가’만의 차별점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서동천 캐릭터를 통해서는 70년대 분위기까지 제대로 살려냈던 미술팀. “‘간과 쓸개’ 앨범재킷을 구성할 때도 그 시대의 감성을 담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서동천 의상의 셔츠깃을 포토샵으로 더 길게 수정하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도 신경 썼다”며 알고 보면 더 재밌는 포인트를 전하기도 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악마를 구현하다! 영혼 계약의 절대강자 ‘류’의 연출
‘악마가’의 연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악마 ‘류’를 구축하는 부분. 류가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극의 몰입이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마 류의 구현을 담당한 나성국 피디는 “‘류’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실존한다고 생각하며 작업했다. 악마의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아이덴티티를 먼저 설정하고 컨셉을 완성했다”며 캐릭터를 단계적으로 그려나갔음을 밝혔다. “대본상에서 류의 본명은 ‘삼천일의 불 속에서 태어나 사흘 만에 춤을 춘 마흔아홉 번째 류’였다.
이를 캐치해 류의 속성은 불에서 많이 차용했다. 컨셉을 그리면서 기존 작품들의 악마와 차별점을 두고자 돌이나 모래 같은 무생물의 느낌으로 디자인했고, 피부 질감을 고려해 살아있는 느낌을 줬다. 날개 역시 지금까지 보아온 모습이 아닌 기운의 형태를 띠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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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혼을 알지 못하는 류의 공허한 면을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눈을 없애면서도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광원을 추가했고, 녹은 돌 같은 질감에 움직임을 넣어 살아있는 느낌을 주었다”며 “류를 작업할 때는 ‘그가 현실에 있을 때 어떤 모습일까,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할까’라는 질문을 항상 생각한다.
기괴한 느낌을 주면서도 실존할 것 같은 류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노력했다”며 가상의 인물을 실존 인물로 탄생시키는 디테일한 과정을 설명했다.
#영혼도 홀리는 ‘악마가’ 음악, 시청자 사로잡은 1등 공신
뮤지션 캐릭터가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만큼 ‘악마가’는 음악적인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경호가 직접 가창과 악기 연주에 참여한 OST는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김이경’ 캐릭터를 그려내기 위한 배우 이설과 가수 손디아의 협업은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음악적 리얼리티까지 확보했다.
박성일 음악감독은 “‘악마가’는 음악팀에게 매우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그만큼 애착이 가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의도적으로 표절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경이는 기타 하나로 멜로디와 가사를 만들어내는 뮤지션이므로 ‘혼잣말’의 편곡은 어쿠스틱 장르를 선택했지만, 이의 표절곡인 ‘Trap of Love’는 전직 아이돌 멤버 시호(정원영 분)가 불러 차트 1위를 하는 설정이기에 쓸쓸한 발라드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EDM의 일종인 Trap 장르로 편곡했다”고 캐릭터와 스토리에 맞는 독특한 작업 비화를 전했다.
배우들이 직접 참여해 화제를 모은 만큼 이에 관한 에피소드도 빠질 수 없었다.
“정경호, 이설 배우는 10개월 전부터 녹음실로 출근해 연주 레슨과 녹음을 병행했다. 타이트한 연습 일정을 통해 어색함을 지우고 진짜 뮤지션 같은 모습으로 거듭났다.
정원영 배우도 평소 창법과 다른 아이돌의 음색과 발성, 스킬을 잘 준비해주어 고민 없이 녹음을 마쳤고, 송강 배우 역시 피아노를 엄청나게 연습하고 악보를 하나하나 만들어서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모든 건 순전히 배우들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라며 애정 어린 말을 전하기도. 배우들을 진짜 뮤지션으로 보이게 만드는 연출 포인트에 관해서는 “녹음실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시선 처리, 제스처를 배우에게 일러주어 리얼리티를 살렸다. 2부에서 하립이 ‘Trap of love’를 만드는 과정이 나왔는데, 장르에 어울리게 디제잉 하듯 비트를 찍고 신서사이저를 입히는 과정을 화면에 담았다.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하는 장면이다”라고 답했다.
‘악마가’는 공개되는 곡마다 인상적인 가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김이경은 가사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았고, 이는 드라마의 서사를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의도적으로 김이경 곡의 가사는 서동성 작가 혼자 작사를 담당했다. 그래야 일관된 표현으로 이경이만의 색이 표현될 것 같았다. 이경이는 ‘이렇게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까?’라고 생각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이경이 가사의 주된 주제는 ‘본인의 마음과 그 주변’으로 정하고 시작했다”며 캐릭터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가사에도 메시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신경 쓴 제작진들의 노력으로 ‘악마가’는 참신하고 다양한 재미들을 선사하고 있다. 윤나라 미술감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믿어주셔서 어떤 작품보다 재밌게 작업했다. 많이 노력한 작품이니 끝까지 본방사수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했고, 박성일 음악감독은 “‘악마가’는 음악을 유기적으로 적절히 잘 사용한 드라마”라며 “각 캐릭터가 가진 설정 속에 장르별로 다르게 편곡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평소보다 조금 볼륨을 높여서 시청해주시면 어떨까요?”라고 센스있는 인사를 전했다.
한편, 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7회는 오는 21일(수)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
최재경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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