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외교장관의 베이징 회동이 20일로 예정됨에 따라 심화하고 있는 한일 갈등이 완화로 방향을 트는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함께 ‘제9차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첫날인 20일엔 3국 외교장관들이 참석하는 환영 만찬이 있고 본 회담은 21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한중, 한일, 중일간 양자 회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 발표를 인용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21일 열린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들 외교장관은 관례상 회의가 끝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접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3국 외교장관 회의는 3년여 만에 열리는 것으로 주 목적은 올해 말 베이징개최가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한일 외교장관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 시한일(8월 24일)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조치 시행일(8월 28일)을 목전에 두고 만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일 양자회담이 실제 개최되지 않더라도 양국 외교 장관이 이번 회의 기간 내내 얼굴을 마주하게 돼 어떤 식으로든 한일 갈등 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 기조를 시사했고 일본 또한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는 내부 기류가 있어 이번 한일 외교장관의 만남은 양국의 접점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셈이다.
앞서 한일 외교장관은 이달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당시 양자 회담을 했으나 현격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후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며 갈등은 더 커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는 역내 협력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도 논의한다”면서 “한반도와 자유무역 등도 논의 대상이며 최근 아세안 회의서 싱가포르 장관이 일본의 경제 보복을 비판하자 왕이 국무위원이 호응했던 사례도 있어 중국 입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홍콩·무역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선 한일 갈등의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완성하려는 계획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보호무역주의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이 3자 및 양자 틀 안에서 한일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다후이 인민대 교수는 한일 간 긴장 고조가 3자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는 한국과 일본에 품위를 지키면서 물러설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3국 외교장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성사와 더불어 북한 비핵화 및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3국은 2008년 이래 7차례 별도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협력을 추진 중이며, 현재 외교, 교육, 통상, 환경, 문화 등 21개 장관급 회의를 포함해 698개 정부 간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정민수 인턴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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