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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조국 ‘로얄 패밀리’에게 바라는 것

조권형 사회부





“딸의 장학금과 논문 저자 문제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제 가족이 요구하지도 않았고 절차적 불법도 없었다는 점을 내세우지 않고 국민들의 질책을 받고 또 받겠습니다.”

그곳에 사과는 없었다. 불찰 인정도 없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길에 평소와 달리 텀블러 대신 서류철을 들었다. 조 후보자가 읽어내려간 그 서류철에는 ‘질책을 받겠다’ ‘성찰하겠다’는 내용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가족이 요구하지도 않고 절차적 불법이 없었다’는 점은 빼놓지 않고 다시 부각했다.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며 항변했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따지는 것은 법을 넘어선 ‘삶’이다. 국민들은 조 후보자 딸 조모씨의 사례를 통해 이 시대의 ‘로열 패밀리’가 사는 법을 알았다. 그 삶은 이 정부의 화두인 ‘공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국대 의과대학 A교수는 조씨가 자기 아들의 고등학교 동급생이란 이유로 어여삐 여겨 조씨를 논문의 제1저자로 올려줬다고 한다.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B교수는 조씨가 고등학생 시절 치른 인턴 면접날 자신의 서울대 동문인 조씨 모친과 인사를 나눈 뒤 인턴으로 뽑았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C교수는 학교 동문인 조씨의 할머니가 손녀의 낙제로 상심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조씨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서울대 출신 교수 부모의 자녀는 이 같은 유무형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국민 대다수에게는 언감생심인 것이다.

조 후보자는 아직 국민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국민들은 학력과 재력에 삶의 수준이 좌우되는 씁쓸한 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공직을 맡을 인물이라면 ‘기득권의 상부상조’에 경계심을 가지는 등 좀 더 엄격하길 바랐을 뿐이다. 교수 시절 특권층에 대해 꼬장꼬장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조 후보자라면 응당 그럴 줄 알았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조 후보자 가족의 모습은 그저 기득권을 재생산하는 데만 골몰한 것으로 비친다. 그들에게서 나라나 이웃을 위한 봉사·희생정신이 엿보이는 감동적인 미덕이 하나만 있었어도 여론이 지금과는 다를 수 있다.

조 후보자는 여전히 본인이 ‘개혁의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장관 자리로 전진 중이다. 그러나 정책 능력의 빼어남이 삶의 행적을 덮어주지는 못한다. 이제라도 가감 없이 불찰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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