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이어 최근 웹소설이 드라마와 영화의 원천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웹소설의 경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로맨스 판타지가 주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장호(39·사진)는 2016년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휴거 1992’로 대상을 수상한 후 2017년부터 네이버웹소설에서 ‘저스티스’ ‘산려소요’ 등을 잇달아 연재하며 가장 주목받는 미스터리 장르 작가로 떠올랐다. 내놓는 작품마다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됐다. ‘저스티스’는 지난 7월부터 KBS 드라마로 방영 중이며 ‘휴거 1992’ 역시 쇼박스에서 영화로 제작된다. 웹 소설계뿐만 아니라 드라마·영화계가 그의 신작에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
최근 서울경제에서 인터뷰를 가진 장호 작가에게 신인급인데도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를 치는 비결이 무엇인지부터 물었다. 그는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계산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120분에 맞춰 스토리 구조를 짜고 대사 역시 세밀하게 할리우드 작법에 따른다”며 “이 때문에 제 작품이 영화를 보듯 드라마틱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 작가는 이어 “소재를 개발할 때부터 정말 이야기가 되는지를 치밀하게 생각한다. 독자나 관객에게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를 계속해서 질문한다”며 “현재 사람들이 가장 욕망하고 열망하는 것이 곧 관객성이며 이것이 상업성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가령 ‘저스티스’를 썼을 당시에는 정치가 이슈였고, 사람들은 ‘정의’를 향한 열망이 들끓던 시절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스티스’에는 장 작가가 이상적이라고 믿는 사회 모습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이상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특히 그동안 남성에 비해 수동적이었던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주도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이 된다. 이러한 설정 역시 우리 사회의 열망과 관객성의 반영이다. 그는 “서준미 검사가 가장 몰입해서 만든 캐릭터”라며 “이야기 완성을 위해서는 자신의 임무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나이가 돼 보니 인간적이고 좋은 사람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 시대 화두로 떠오른 페미니즘을 통해 여성에 대한 인식을 각성했다”며 “이 같은 자각을 서준미라는 캐릭터에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연극을 통해 ‘이야기꾼’으로서의 기초를 다졌다. 또 지난했던 경험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다층적인 이야기를 짜낼 수 있는 장 작가 필력의 원천이다. 그는 “수학능력평가를 치고 난 후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을 보고 이정향 감독을 좋아하게 됐다”며 “이 감독이 서강대 연극반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서강대 국문과에 진학해 연극반에서 연극에만 몰입했다가 학점은 박살이 나는 바람에 취업이 어려웠다”고 했다. 이후 시나리오 쓰면서 영화를 준비했지만 다 엎어져서 학원도 차려봤고, 식당도 해봤지만 다 망했다고 한다.
그는 “그러다 웹소설이라는 장르를 알게 됐고 운 좋게 공모전에 당선이 돼 이제야 집에서도 아들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잣말 하는 버릇이 있는 그를 보고 고향 사람들은 ‘서울 가서 실패하고 정신이 나간 것 같다’며 수군거렸고 친척들은 그를 딱하게 보기도 했다고 한다. 비록 상처가 됐지만 결국 그의 작품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바둑 기사 조훈현의 말을 빌어 작가로서의 포부를 전했다. “조 기사의 스승이 이런 말을 했대요. ‘이류는 너무 슬프다. 일류가 되라’. 갈 길은 멀지만 일류가 되고 싶어요.” 작가로서 존경하는 이는 소설가 김훈이다. 작품을 끝까지 빚어 쓴다는 느낌이 들고 한 문장 한 문장이 내포하고 상상하는 바가 크다는 게 이유다. 또 ‘장호의 페르소나’로 삼고 싶은 배우는 정해인이다. 그는 “정말 근사하게 생겼다”며 “그렇게 한번 생겨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최근 영화 ‘휴거 1992’ 시나리로 작업을 마쳤으며, 소년범, 탈세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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