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유명 유튜버의 성매매 종사 전력이 밝혀지며 성매매, 불법업소 경험담을 주제로 한 유튜브 콘텐츠를 질타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한 가운데 이런 영상 중 다수가 연령 제한조차 걸려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미성년자들이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버젓이 이 같은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나 유튜버 측이 좀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국민청원 게시판엔 ‘유튜버들이 성매매, 불법업소 ‘썰’을 풀며 수익을 창출하는 걸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본문엔 화류계 술집, 2차 업소 등 불법적인 일을 하며 생긴 일을 이야기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버들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이 실렸다. 청원인은 해당 영상들이 “10대들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제 막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저지를 부탁 드린다”고 적었다. 22일 현재 9,390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이 영상 뿐 아니라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선정적인 콘텐츠 중 다수는 연령 제한이 걸려있지 않다. 2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강○○’는 화류계 불법 업소 등에서 일했던 경험을 주요 콘텐츠로 삼는다. 화류계에서 일했던 과거를 반성한다면서도 일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자세하고 자극적이게 풀어내 인기를 끌었다. 화류계 경험담 외에도 성적이고 주제를 자주 다룬다.
문제는 연령 제한이 걸려 있지 않아 아동·청소년도 해당 채널에 있는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선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큰 화면에 영상을 틀어놓고 다 같이 본다”는 시청자의 사연이 소개됐다. 그는 “민망하다”면서도 “내 방송을 보는 건 좋은데, 너희들이 알아서 필터링해서 봤으면 좋겠다”며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는 지난 5월 한 방송에서는 유튜브 영상을 자주 챙겨보는 초등학생 시청자에게 카톡을 받았다며 “초등학생 아이가 내 영상을 몰래 본다더라. 내 유행어를 쓰다가 엄마한테 혼이 났다고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댓글창에서도 자신이 초중고 학생이라고 밝힌 시청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반에서 다 같이 영상을 봤다’, ‘가정시간에 뜨개질하면서 보고 수학 풀 때도 오빠 영상 보고 한다’ 등 주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본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몇몇 시청자는 ‘그래도 명색이 학교인데 교실에서 다 같이 보기엔…’ 등 우려의 기색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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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또 다른 유튜버 ‘장○○’는 부산에서 트랜스젠더바를 운영한다. 주요 콘텐츠는 먹방, 일상 토크지만 라이브 방송 장소는 주로 자신이 일하는 트랜스젠더바 대기실이다. 그는 방송 중 홀에서 일하다 들어온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트랜스젠더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영상을 접하는 청소년들은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된 유흥업소를 간접 체험하게 되는 셈이다.
가게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들의 수입 순위를 공개한 영상에서는 직원들의 수입이 공개되며 ‘왜 술집 다니는지 알겠다’, ‘대기업 이상급으로 버네’ 등 부러움 섞인 댓글들이 달렸다. 이에 한 시청자는 ‘신기하고 재밌어서 잘 보고 있긴 하지만 업소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15금인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청소년에게 유흥업소에 대한 무분별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성매매’, ‘호빠’, ‘보도’ 등 불법 유흥업소와 관련된 단어를 검색하면 선정적인 콘텐츠들은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유튜브 관계자에 따르면 “시각적으로 신체 노출이 없더라도 노골적인·폭력적 언어 표현이 담겼다면 규제 대상”이지만 ‘○녀’, ‘○○충’ 등 비하 언어로 점철된 영상들이 몇 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버젓이 올라와 있다.
이현숙 탁틴내일청소년성문화센터 대표는 “사춘기 때 이런 영상들을 접하는 건 성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현행법상 어쨌든 범죄행위를 한 것을 자연스럽게 전시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며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겉으로는 과거에 대한 반성을 곁들여 이야기한다고 해도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엔 야설”이라며 “그런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채널이라면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연령 제한이 걸려있는 영상이라 하더라도 핸드폰이나 유튜브 계정이 부모님 명의로 되어 있을 경우 콘텐츠에 접근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민수 인턴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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