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방점을 혁신과 경제에 찍은 것은 다행이다. 경제활력 제고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예산도 예년보다 늘린다고 한다. 문제는 혁신성장이나 R&D가 구호만 외친다고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의 든든한 예산 지원과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말로는 혁신성장과 R&D를 중시한다면서도 사실상 홀대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예산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였다. R&D 예산 증가율은 2018년 1.0%, 2019년 4.1%로 이에 크게 못 미쳤다. 전체 예산에서 R&D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4.6%, 2019년 4.4%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복지예산 비중은 2018년 33.7%, 2019년 34.3%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규제개혁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눈에 띄는 규제 완화는 없고 오히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옥죄는 규제만 늘었다.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내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39%대로 늘어난다. 기업실적 악화 등으로 세수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R&D 등 혁신성장 예산을 찔끔 늘려서는 경기 활력을 높이기 어렵다. 정부는 말뿐인 혁신성장이 아니라 과감한 예산 지원과 규제 완화로 경기 활력을 높여야 한다. 그것만이 늘어난 나랏빚에 무거워진 국민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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