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미팅 발언에 주목한 것은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금리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제조업 경기가 10년 만에 최악으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소비 위축이 더해지면 침체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다음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9.9로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 PMI는 기업 구매책임자들을 상대로 경기상황을 묻는 조사로 50보다 높으면 경기확장, 낮으면 수축을 뜻한다. 서비스업과 소비가 떠받치는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무너지면 고용감소→가계소득 저하→소비감소로 이어지며 경기를 끌어내릴 수 있다.
미국 경제에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미국의 2년·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역전됐다. 잭슨홀미팅을 주관하는 캔자스시티연은의 에스더 조지 총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일종의 균형 상태(equilibrium)에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당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도 이날 “우리는 잠시 여기(현 금리 수준) 머물며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가 꺾이면 미국 경제는 곧바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 1년간 미국의 일자리 증가 폭이 당초 예상치보다 50만1,000개나 줄어든 가운데 오는 12월15일부터는 휴대폰과 노트북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국산 수입 소비재에 10%의 관세가 붙기 때문에 상당한 소비 위축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가 관세 부과로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오르면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마크 잰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가계가 소비를 망설이는 순간 게임은 끝나며 그대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분석을 처음으로 한 아투로 에스트렐라 미 렌셀러폴리테크닉대 교수도 “미래를 100% 확신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내년 하반기 미국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백악관이 연준을 향해 연일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감세정책에 대한 말 바꾸기를 계속하는 것도 내년 선거에 미칠 영향과 함께 경기침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중산층과 블루칼라·소상공인 등을 위한 추가 세금감면 정책이 대선 기간에 나올 것이라고 짚었다. CNBC는 “연준의 의견 불일치가 많아질수록 시장은 더 불확실해진다”며 “이제 시장은 연준이 경기침체를 막는 데 실패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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