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 홍미란 / 연출 오충환, 김정현 /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지티스트)에서 언젠가 만월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겨져야 할 찬성(여진구). 월령수에 잎이 났으니 꽃이 필 수 있도록 잘 돌봐보겠다던 그는 꽃이 지면 만월(이지은)이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에도, 월령수를 꽃피우게 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자신의 세상이 만월로 가득 차게 될수록 본인에게 가장 힘든 일은 만월과의 이별일 텐데 말이다.
찬성에게 중요한 건 이별에 대한 슬픔, 자신이 감당해야 할 대가가 아닌, 만월이 소멸되지 않고 잘 떠나보내는 것이었다. 도망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만월의 곁에 남은 이유였고, 신들의 도구이자 연약한 인간일 뿐인 찬성의 진심이었다. 그러나 사랑의 끝이 이별임을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슬픔이 줄어들지 않듯, 그 역시 만월에 대한 사랑이 커질수록 예정된 이별의 슬픔 역시 깊어져만 갔다.
그래서 떠나버린 자들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넌 절대 그러지 마”라는 만월을 향해 결국 “놓기 싫고, 안 보내고 싶고, 못 볼 거라고 생각하면 돌아버릴 것 같은데, 어떻게 나한테 괜찮으라고 합니까?”라며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꺼내놓은 찬성. 자신이 다친 것보다 그래서 놀랐을 만월을 안아주는 게 먼저였던 그가 처음으로 내보인 불안함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억누르려는 노력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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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은 결국 “나를 두고 가지 마요”가 아닌, “나를 두고 갈 땐 두려워하지 마요”라고 했다. 만월은 꽃이 점점 지는 것에 겁을 먹고 있었고, 그래서 찬성은 누구보다 자신이 괜찮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떨어지는 나뭇잎에 담긴 만월과의 좋은 기억도, 슬픈 추억도, 아픈 상처까지도 모두 제 허물인 양 끌어안고 보듬기로 했다. 만월을 향한 찬성의 사랑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 이유였다.
tvN ‘호텔 델루나’는 매주 토, 일 밤 9시에 방송된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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