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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이승우 중고나라 대표 "회원 하나하나가 판매채널...중고거래 판 깔아 시장 키웠죠"

2003년 소규모 네이버 카페로 출발

입소문 타고 회원 1,700만명 폭풍성장

고품질 서비스 위해 2014년 법인설립

물건 되파는 리셀러 등장 등 변화 따라

올 인증셀러 도입한 '평화시장' 선보여

중고나라 제공 물품까지 직접판매 가능

수요-공급자 지속적인 의사소통 구현

사기 방지 등 안전성·신뢰성도 높여

이승우 중고나라 대표 인터뷰./권욱기자 2019.08.08




이승우 중고나라 대표 인터뷰./권욱기자 2019.08.08


출발은 네이버 카페였다. 다양한 사이트에 흩어져 있는 중고거래 매물 소유자에게 일일이 연락해 한곳에 모은 게 시작이었다. 이후 ‘검증된 중고물품을 접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며 사람들이 하나둘 카페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 카페는 약 1,700만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얘기다.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 1세대다. 동시에 지난 2014년 문을 연 5년 차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중고나라는 현재까지 약 180억원의 투자를 받았을 정도로 사업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통해 중고거래의 가장 큰 걸림돌인 ‘레몬시장’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누구나 쉽게 거래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승우(42·사진) 중고나라 대표는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향후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일반 e커머스 수준의 물량이 쏟아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돈을 벌고 싶은 분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에 따른 불편요소를 줄이는 게 중고나라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도카에는 휴일이 없다”=중고나라는 2003년 이 대표가 만든 네이버 카페로 출발했다. 당초 중고거래 전문 e커머스 플랫폼을 만들 목적은 아니었다. 오히려 안전거래 시스템이나 개인 간 거래(P2P)에 대한 이해를 쌓기 위한 시험장 성격이 강했다. 중고거래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고 여기서 파생되는 ‘거래 안정성’ 문제가 e커머스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

“특별히 분야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고 중고거래 자체를 생각한 것 같아요. 중고거래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라고 봤던 것입니다. 이때 가장 큰 문제가 뭘까 했을 때 그게 ‘안전성’이라고 봤어요. 일반 회사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다 보니까 확장성이 있겠다고 확신했던 거죠.”

그가 중고나라를 운영하면서 수립한 원칙은 ‘고객을 위해 발품을 판다’는 것이었다. 매물이 부족하던 카페 개설 초기에 그는 각 사이트에 흩어져 있던 중고거래 게시물을 하나하나 모았다. 게시물을 가져올 때마다 작성자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았다. 그는 “수년간 계속 이 같은 작업을 해왔고 덕분에 ‘중고나라에는 품질 좋은 매물이 많이 나왔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는 당시 그가 동시에 운영하고 있던 스포츠 전문 쇼핑몰인 ‘도카닷컴’에서 쌓은 철학이었다. 그가 도카닷컴을 창립한 것은 2002년 군 제대 직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배낭여행을 떠나면서다.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국내 경영인들이 “중국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접한 게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상하이의 한 백화점에서 영국의 스포츠의류 브랜드 엄브로(umbro)를 접하면서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고 했다. 마침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에 떠났던 여행이라 축구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다. 이 대표는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비교적 저렴하다 보니 의류 브랜드도 저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이키나 아디다스는 한국 가격과 똑같아 다소 의외였다”며 “그에 비해 엄브로는 생각보다 저렴해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엄브로는 국내에 정식 론칭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곧바로 귀국해 300만원을 빌린 후 다시 상하이 백화점으로 갔다. 그곳에서 엄브로를 300만원어치 구입한 후 2003년 도카닷컴을 열었다.

도카닷컴은 성공했다. 스포츠웨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그가 집중했던 건 ‘고객’과 ‘발품’이었다. 이 대표는 “도카닷컴의 슬로건이 ‘도카에는 휴일이 없다’였다”며 “24시간 상담제를 실시했다”고 회상했다. 상담원은 이 대표 본인이었다. 자신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직접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대표는 “고객과 소통하다 보니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알게 모르게 (노하우가) 쌓이더라”라며 “사이트가 유명해지고 고객분들도 좋게 봐주셨던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 카페에서는 회원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었다. 회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운영진이 일일이 사기나 거래사고에 대응하는 것도 한계였다. 이 대표는 “네이버라는 시스템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까웠다”며 “그래서 사이트를 운영할 때만큼 회원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014년 법인을 설립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레몬시장 문제를 정보통신 기술로 해결하면 중고거래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그냥 놔두면 아쉽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법인을 만들고 ‘우리가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낸 시스템’을 우리 노하우를 통해 제작한다면 기존 중고거래에서 발생하던 불편요소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거래할 판을 깔아준다”=법인 설립 이후 중고나라는 2016년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여기서 중고나라가 생각한 핵심해법은 ‘누구나 거래할 환경’을 자체 앱을 통해 구축해주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회원 하나하나가 모두 판매 채널이라는 게 중고나라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서비스를 선보인 ‘평화시장’이다. 평화시장은 개인이 중고나라 인증셀러로 스스로 등록한 후 물건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특이한 점은 중고나라에서 제공하는 물품도 직접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평화시장에 셀러로 등록하면 ‘파트너센터’를 통해 팔고 싶은 물건을 고를 수 있다. 파트너센터에는 중고나라의 머천다이저(MD)들이 자체적으로 선별한 물건이 진열된다. 이곳에서 제품을 선택하면 중고나라 자체 앱과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에 매물이 등록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고나라는 경기 광주에 자체 물류센터도 구축했다. 이처럼 이 대표가 평화시장을 떠올린 건 ‘리셀링’ 때문이었다.

“중고거래에서는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원래 중고거래는 내게 필요 없는 걸 팔거나 새 상품보다 저렴한 걸 판매하는 개인 간 거래입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니 중고거래가 재밌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리셀러(re-seller)가 생기는 겁니다. 당장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그 물건의 가치를 알고 있는 거예요. 근데 가치 대비 저렴하게 나왔다면 가치를 더 붙여서 되파는 거죠. 이게 중고거래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어요. 여기서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평화시장은 공급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플랫폼이다. 파트너센터를 통해 공급자가 상품을 조달하는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시장은 궁극적으로 레몬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기도 하다. 인증셀러 제도를 마련하면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고거래는 단발적 거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이 대표의 인식이 깔려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관계가 지속되면 사기 거래와 ‘비(非)매너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중고거래는 거래하면 곧바로 이탈률이 발생하는 커머스의 구조와 비슷해 페이스북과 달리 트래픽은 높지만 플랫폼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비율이 낮다”며 “셀러가 중고거래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타이밍에 맞춰서 거래를 지속하게 하는 요인을 만들고자 인증셀러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나라는 자체 플랫폼을 마련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 간 거래에서는 기본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지만 자체 플랫폼을 통해서는 개인 간 거래에 제공할 서비스에서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미 평화시장을 통해서는 매입가와 판매가 사이의 마진에서 일부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의 규모가 커지면서 여기서 발생할 중고나라의 매출도 커질 거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저희가 판을 깔아준다는 건 결국 노동력과 자본이 투입된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더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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