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기업심사위원회가 품목허가 취소된 무릎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제조사인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했다.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의결절차 등이 남아 있지만 사실상 퇴출 결정이 난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보사 제조·판매중지 명령과 품목허가 취소로 깊은 수렁에 빠진 코오롱생명과학도 위태위태하다. 지난해 매출 1,327억원에 1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는데 438개 의료기관에서 인보사 주사를 맞은 3,000명(3,707건) 안팎의 환자 중 상당수를 향후 15년간 추적관찰하는 데 600억원 안팎을 써야 하는 처지다. 유전자치료제 투여 후 장기추적 가이드라인 중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유례없는 제재다. 대주주인 ㈜코오롱과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모두 식약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물론 이를 투여한 환자와 투자자, 더 나가 국민을 속였다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보사 2액에 임상승인·품목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사람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가능성이 높은 태아 신장세포 유래 GP2-293세포에 연골세포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해 형질전환한 것을 사용해서다. GP2-293세포는 암세포는 아니지만 무한증식하고 유전적으로 불안정해 상식적으로는 유전자치료제 등에서 검출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제조 과정에서 강한 방사선을 쪼여 단기적으로는 무한증식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모든 임상 단계에서 사용된 세포가 바뀐 적이 없고 10년 이상의 임상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효능이 검증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식약처와 전문가들도 이를 부분적으로 인정한다. 다만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한국줄기세포학회장)는 “수년 뒤 무한증식 ‘본능’을 발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은 핵심 변수는 코오롱 측이 진실을 숨긴 채 인보사 임상과 품목허가, 코오롱티슈진 상장을 진행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의 수사 결과와 법원의 판결이다. 허위기재 등과 관련한 고의·중과실이 있다면, 즉 허가당국을 의도적으로 속였다면 벼랑 끝에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인보사 임상 3상을 중단한 FDA가 향후 어떤 결정을 할지도 관건이다. 물론 코오롱 측의 기대대로 성분을 바로잡고 장기추적관찰 조건 등을 붙여 임상 재개를 허용할지, 식약처와 마찬가지로 승인을 취소하고 장기추적관찰을 명할지는 안갯속이다. 후자일 경우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져 코오롱 측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식약처가 인보사 2액에 바이러스 생산 세포인 GP2-293세포가 쓰였고 그 유전자가 인보사에서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임상시험을 승인하거나 품목허가를 내줬을까. 오 교수는 “품목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텐데 식약처는 몰랐고 품목허가를 해줬다가 취소했다”고 비판했다.
식약처는 안전성 입증을 위해 가령 10~15년 추적관찰 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거나 FDA가 승인해주면 우리도 임상시험을 승인해주겠다고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기업도 감내할 수 없는 조건이다. 골관절염은 암과 달리 생명을 다투는 질환이 아니고 약물치료가 안 되면 인공관절수술이라는 마지막 카드가 있다는 논리도 폈을 법하다.
하지만 코오롱 측은 FDA 등의 조언을 받아들여 방사선을 조사해 GP2-293세포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별다른 부작용 없이 관절통 등을 완화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일단 상식의 장벽을 돌파한 것은 인정해줄 만하다.
식약처와 담당 공무원들은 “허위제출 자료에 속았다”며 코오롱 측을 때릴수록 자신의 무능을 가리고 책임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고의든 아니든 자신을 욕보인 코오롱생명과학에 채찍만 들어서는 곤란하다. 15년 장기추적관찰을 하더라도 5년 관찰 후 별문제가 없으면 품목허가를 내주는 식의 당근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