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 때 체벌이 필요 없다고 여기는 부모가 10명 중 6명 꼴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8일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0∼17세 아동과 청소년을 자녀로 둔 전국 4,039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를 양육할 때 신체적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0.7%(전혀 필요하지 않다 16.2%, 필요하지 않다 44.5%)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필요하다’는 답은 37.8%, ‘꼭 필요하다’는 1.5%였다.
양육하는 아이의 연령별로 살펴보면 ‘체벌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아이의 나이가 많을수록 대체로 높아졌다. 소득수준별로는 소득이 높을수록 ‘체벌이 필요하지 않다’는 대답이 더 많았다. 이와 함께 양부모 가구(39.6%)가 한 부모/조손 가구(35.2%)보다, 외벌이 가구(41.6%)가 맞벌이 가구(37.4%)보다 더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자녀를 훈육할 때, 주 양육자의 거의 대부분이 체벌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응답자의 96.4%가 체벌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별로 사용하지 않았고 3.6%만이 체벌을 사용했다.
또 ‘벌 세우기’를 자녀 훈육수단으로 사용하는 주 양육자는 10.8%에 그친 반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는 응답은 89.3%에 달했다. 벌을 주는 훈육수단으로 ‘장난감이나 게임기,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한다’는 주 양육자는 32.4%였다, 그 대신 주 양육자의 절반 이상인 52.2%와 53.6%는 훈육 방법으로 ‘말로 야단치기’와 ‘칭찬과 보상’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 조사 결과는 부모가 훈육 목적으로도 자녀를 체벌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체벌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가정 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친권자의 징계권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아동 체벌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인용됐고, 아동복지법에 있는 체벌 금지 조항과 상충하는 면이 있었다. 1960년에 만들어진 친권자 징계권 조항은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친권자 징계권을 명문화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다. 스웨덴 등 54개국은 이미 아동 체벌을 법으로 금지했다.
정부는 징계권을 개정해 아동 체벌에 대한 국민 인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하지만 부모의 자녀 체벌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여전히 있어 민법에서 명시적으로 체벌권을 제외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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