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29일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북한이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환영의 북을 치는 것 보다는 침묵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이롭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개인 블로그 ‘남북동행포럼’에 올린 북한 동향 분석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남측 인터넷매체 ‘민중의소리’의 사설 전문을 한번 보도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반기는 반응을 보인 것이 전부”라며 그간 지소미아에 대해 꾸준히 비난과 폐기 요구를 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 외의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더 큰 관심은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향후 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시점에서 “우리 정부에 북한이 분담금 증액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진화하는 한미일 3각 공조체제 흔들기 전략 앞에서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국방어를 복잡하게 하고 주한 미군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한미간에 지소미아 문제를 놓고 다투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최근 한미 관계에서 갈등 조짐이 보이는 데 대해 우려했다.
태 전 공사는 “지금의 분위기가 한미관계 악화로까지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한미연합훈련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이 제기하는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핵미사일 실험 동결 안을 받아들이고 반대급부로 일부 대북 제재해제, 한미연합훈련 종결 등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금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남북 냉전체제를 허물어야 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며 “한일 갈등은 한동안 극복하기 힘들지만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미국의 불만 정서는 잘 관리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의미에서 그는 “지난 27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소미아 종료까지 남아있는 기간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 검토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은 한 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협상장으로 나올 때 먼저 중러와의 관계를 다시 한번 다져 놓고 나오며 설사 중러와 마찰이 있다고 해도 좀처럼 공개하지 않고 수면 하에서 처리한다”며 “감정에만 포로 되어 있으면 정말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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