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관악구에 숨진 채로 발견된 탈북민 모자의 시신을 인도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지사는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탈북모자 애도시민장례위원회’가 다음달 7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시민장례식을 열기 위해 관악구에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이 장례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관악구는 제3자에게 시신을 인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악구는 현재 장례와 관련해 통일부와 협의를 하는 중으로 태국에 있는 탈북민 한모(42)씨의 전 남편에게 통화해 장례 권한을 위임받았다. 최근 통일부에 사의를 표명한 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빈소를 빨리 마련해 망자를 영면하게 하는 것이 도리”라며 “아무리 선한 목적이라고 해도 유족이 아닌 제3자가 이 시신을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이에 대해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 것이 아닌데다 이미 전 남편은 이혼했는데 위임을 할 수 있느냐”며 “법적 관계를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운 탈북자 사망 사건을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장례를 둘러싸고 김 전 지사 등과의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한씨와 김모군이 숨진 채로 발견된 지난달 31일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정식 장례식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2일 부검 결과를 ‘사인 불명’으로 발표하며 사실상 고독사로 결론이 난 상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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