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내년 예산안뿐이 아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면서 2023년에는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고 국가채무비율은 46.4%까지 치솟는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40%를 마지노선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5월 “40% 마지노선의 근거가 뭐냐”고 말한 뒤 무너졌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재정건전성의 고삐가 풀려 버린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내년 예산안 중 복지 부문 지출이 181조6,000원으로 전체 지출의 35.4%나 된다는 사실이다. 혁신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 지출 등을 늘렸지만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지출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재정지원 일자리를 95만개 늘리고 공무원도 1만9,000명 증원하기로 했다.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예산 확대의 근거로 경제활력 제고를 꼽았다. 재정지출 확대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적시의 재정투자는 성장의 기회를 살린다”며 재정 확대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재정 투입은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 등 정부 경제정책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경제정책 전환 없이 재정만능주의에 빠져 예산만 퍼붓는다고 경제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은 착각이자 오만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고삐 풀린 재정폭주를 멈추고 과감한 규제 혁파 등 민간 중심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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