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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리앙투아네트’ 김소향, 내 삶의 철학을 돌아보게 하는 뮤지컬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강인한 여자 ‘마리 앙투아네트’ 를 보여드릴게요”



김소향은 한 인간으로서 ‘마리’의 삶을 무대 위에 불러냈다.

김소향은 28일 ‘마리앙투아네트’ 무대에 올라,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부터 빈곤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에 비난의 대상이 되어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섬세한 연기와 깊은 몰입감으로 3시간의 공연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마리 앙투아네트’ 개막을 앞두고 만난 김소향은 “ 눈과 귀가 즐거운 동시에, 감동과 철학적 교훈까지도 던져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뮤지컬이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의상, 무대 등이 예쁘고 다 화려한데, 드라마 속에 정치와 사랑, 음모가 소용돌이치는 작품이죠. 노래를 직접 불러보기 전에는 이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음악이 진짜 좋아요. ‘엘리자벳’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유명한 르베이 작곡가가 왜 사랑받는지, 괜히 르베이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정의’ ‘삶의 철학’을 돌아 보게 할 공연이라고 자부해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연출 로버트 요한슨제작 EMK뮤지컬컴퍼니)는 프랑스의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회의 부조리에 관심을 갖고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해 진실과 정의의 참된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이다.

5년 만의 앙코르 공연이다. ‘비극’을 좋아하는 김소향의 취향을 저격한 것은 물론 여성 주인공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여배우들이 탐을 내는 작품이다. 화려한 왕비의 모습 뿐 아니라 한 나라의 왕비로서 음모를 헤쳐나가고 아이들을 지키려는 강인한 모성애 역시 엿볼 수 있다. 김소향 역시 “모성애가 이해가 가며, 마리를 통해서 실제로 민중들이 원하는 것과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이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엄마와 자식의 얘기가 너무나 여실하게 이해가기 쉽게 보여지는 작품이죠.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헌신적인 엄마였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마음이 짠하다. 이 작품이 굉장히 아름답고 처절하게 비극을 담고 있다. 우리가 잘 많이 듣고 있던 ‘마리’의 어록 중에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세요”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책을 보면서 거짓으로 와전된 부분이란 걸 알았다. 마그리드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해서 실제로 민중들이 원하는 것, 그리고 진실이 무엇인지 얘기한다. 저희 작품은 결국 ‘진정한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김소향의 마음을 잡아 끈 포인트는 프랑스 혁명 당시를 다룬 극중 배경과, 현실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 그는 “마리처럼 우리 모두 혁명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털어놨다.

“프랑스 혁명 한 가운데서, 인물들이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를 해요. 하지만 ‘진정으로 뭘 위한 시도인가’란 질문을 던져요. 또 타고난 운명과 원치 않는 상황 속에서 현실이 나를 휘감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결단을 내려서 책임져야 할까요. 어쩌면 16세기나 21세기나 사는 건 똑같구나 싶죠. 가슴에 느껴지는 것도 굉장히 많은 작품입니다.”



데뷔 19년차 뮤지컬 배우 김소향은 2017년 아시아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 월드 투어에서 ‘메리 로버트’ 역을 맡아 많은 아시아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으며 최근 뮤지컬 ‘엑스칼리버’,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 ‘스모크’ 등 대극장과 소극장 작품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또한 최근 김소향은 뮤지컬 ‘마타하리’, ‘마리퀴리’ 등에서 쌓아온 역량과 내공으로 여성 원톱 작품의 서사를 완벽하게 끌어가는 저력을 인정받으며 ‘투란도트’로 제13회 딤프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전작 ‘엑스칼리버’에선 고아 기네비어로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당당하고 강인한 왕비로 거듭났다. ‘마타하리’ 등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와 작품을 많이 하긴 했지만 ‘엑스칼리버’를 계기로 작곡가와 친구도 됐다. 사실 프랭크 와일드 혼은 ‘엑스칼리버’에 김소향을 캐스팅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자기가 원하는 팝적인 소리를 내지 못할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랭크 와일드 혼의 예상은 빗겨갔다. 김소향은 “처음엔 탐탁지 않아하던 프랭크 와일드 혼이 첫공을 마치고 나한테 와서 잘못 생각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은 문자도 엄청 자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소향은 배우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개척자’ 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연은 피나는 노력을 동원해 역할을 따낸다. 그래서 그럴까. “공연장에서는 지쳐서 하기 싫다고 하거나,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본 것 같다”고 자신의 원동력의 비결을 꼽았다.

“모든 작품, 모든 캐릭터가 다 너무 사랑스럽고 좋다. 어디서든 나와의 접점과 공감대를 찾아내고 밤을 새서라도 연습하고 준비하는 편이다. 그래서 맡겨주시는 게 아닐까요. 아마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 배우가 필요하셨나보다. 또 대극장과 소극장을 번갈아 하고 있다는 것도 제 장점이 될 수 있겠다. 대학로에만 있는 친구, 큰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친구, 이런 편견이 없어진 것 같아요. 소극장에서 연기한 걸 대극장 연출님들이 또 좋게 봐주시고 더 섬세해졌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김소향이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끝까지 잃고 싶지 않은 한 가지는 ‘우아하고 당당한 면모’였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강인한 여자 마리의 모습은 김소향과 닮아 있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비참한 상황에서도 우아함과 강인함을 잃지 않는 인물입니다. 끝까지 왕비로서의 위엄과 강인함을 잃지 않으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마리를 보여드리겠다는 게 제 목표입니다.”

한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김소현, 김소향, 장은아, 김연지, 손준호, 박강현, 정택운, 황민현, 민영기, 김준현 등 배우들이 출연하며 11월 1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EMK엔터테인먼트]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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