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공급업체들에 대한 자국 기술기업들의 의존도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역전쟁이 격화할 때 중국 기업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파악하려는 조치로 중국이 무역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업신식화부, 상무부의 관리들을 투입해 자국 기업들의 공급사슬 구조와 미국에 대한 위험 노출도를 2개월 전부터 조사해왔다. 조사 대상이 된 기업들에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포함됐다.
중국의 이번 대미 의존도 조사는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장기 계획의 일부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이 거듭되는 장기전을 준비하는 태세라는 해석도 나온다.
WSJ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같은 규모의 반격을 가할 때 자국 기업들이 해를 입지 않게 하려고 중국 관리들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이번 조사에서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오랜 기술 굴기 노력에도 반도체, 무선통신모뎀, 항공기 제트엔진 등에서는 미국 기술과 부품공급에 크게 의존해왔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화의 급진전에 따라 무역에서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특정 교역 상대국에 대한 높은 기술·핵심부품 의존도는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미국과 일본은 각각 중국과 한국을 상대로 상호 의존도에서 취약한 부분을 골라 수출규제를 가하는 통상 무기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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