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근본적인 욕망과 욕구는 인종과 문화, 시대를 초월해 동일합니다. 바로 그것이 저 같은 사람이 다양한 영화들을 만드는 게 허용되는 이유입니다.”
대만 출신 이안 영화감독은 자신의 왕성한 창작의 비밀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는다. 그는 국적과 인종, 문화적 경계는 물론 장르와 시공간을 넘나들며 폭넓은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족 드라마 ‘음식남녀’부터 영국 제인 오스틴 원작 ‘센스 앤 센서빌리티’, 중국 무협영화 ‘와호장룡’,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브로크백 마운틴’, 마블 코믹스 원작 ‘헐크’, 중국 스파이 멜로 ‘색, 계’ 등 다양하다.
신간 ‘이안 : 경계를 넘는 스토리텔러’는 1994년부터 최근까지 이안 감독과 진행한 총 스무 번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인터뷰에서 그의 작품은 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대만의 명문 고등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의 권위에 주눅 들었던 성장기,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연극과 영화에 발을 들였던 경험, 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으로 영화 유학을 왔다가 문화적 아웃사이더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이야기 등이 진솔하게 담겼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경험이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능력을 줬다고 말하는데, 이는 문화적 경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그의 창작의 바탕이 됐다. 1만5,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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