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대표하는 상권인 명동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요즘 그야말로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유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정상 궤도로 올라오기도 전에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 고객들까지 발길을 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명동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A씨는 “빈 점포가 늘어가는 게 눈에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의 여파는 상업용 부동산에까지 미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는 최근 보고서에서 명동 빌딩과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지난해 말 3.1%에서 올해 상반기 6%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 노른자위로 분류되는 강남대로 상권 공실률도 3.8%에서 4.6%로 빈 상가 비중이 늘었다. 오피스와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앞으로 공급될 예정인 도심 오피스 물량이 상당한데다 대내외 경제 상황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은 국내 부동산을 매각하는 대신 해외 부동산 쇼핑에 나서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빌딩이나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이 매물로 쏟아지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정적인 임차인을 확보한다면 꾸준히 임대료를 받으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꺾이면 자연스레 기업의 오피스나 상점에 대한 수요가 줄고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올라간다. 이럴 경우 임대료를 낮출 수밖에 없고 수익성은 악화된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4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공실률은 오피스의 경우 12%, 중대형 상가는 11.5%, 소규모 상가는 5.5%로 나타났다. 오피스는 전 분기 대비 공실률이 0.4%포인트 하락했지만 지난해부터 두자릿수 공실률을 이어가고 있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0.1%포인트, 소규모 상가는 0.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료는 하락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시장 임대료 변동을 나타내는 임대가격지수는 2·4분기 기준으로 오피스가 0.03% 하락했다. 상가의 경우 중대형 0.06%, 소규모 0.17%, 집합 0.25% 감소했다. 3개월간의 임대이익 등의 소득수익률은 오피스 1.12%, 중대형 상가 1.04%, 소규모 상가 0.92%, 집합 1.19%로 나타났다.
경기 상황은 10년 만에 최악으로 평가된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이달 전산업 업황 BSI는 69로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전 산업 업황 BSI가 7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 2월(69) 이후 6개월 만이다. 특히 내수기업 BSI는 62로 2009년 3월(56) 이후 10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물량은 계속 늘어 대규모 공실이 우려된다. 쿠시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공급된 대형 오피스 공급면적은 약 18만㎡였다. 내년에는 무려 71만3,632㎡가 예정돼 있다. 오는 2021년에도 17만590㎡, 2022년에는 24만5,555㎡가 공급될 계획이다.
이렇다 보니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역대 최고를 계속 넘어서고 있다.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오피스 매매거래는 11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6조6,000억원 규모가 거래됐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4~8분기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피스 가격이 급등해 자본환원율이 4% 중반을 기록하는 점에서 수익성이 악화해 거래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윤선·강도원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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