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지소미아에 집착하는 美…쌍차가 아닌 ‘졸(卒)’로 日 이기려면

美의 인도태평양 핵심 전략

정부 설명과 달리 美강한 불만

韓 정부 11월까지가 기회

美선 “韓, 日과 협력불가피” 분석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실효성이 없던 협정으로 일본의 태도를 보면 파기해도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반대쪽에서는 한미동맹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소미아 종료는 우리나라가 미·일이 아닌 북·중·러 대륙세력에 다가가려는 의도라고 해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정부 설명과 달리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미 정부 관리 입에서 “실망스럽다”는 표현이 계속해서 나오고 최종 종료시점인 11월까지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왜 미국은 지소미아에 집착할까요.

한민구(오른쪽) 전 국방부 장관이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와 지난 2016년 11월23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패권전쟁 밑에 한일·북핵문제

현재 미국이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지역은 인도태평양 지역입니다. 미 국방부가 그렇게 설명(The Indo-Pacific is the Departmnet of Defense’s priority theater)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아시아, 태평양을 아우르는 이 지역은 세계 경제의 중심이고 향후 발전 가능성도 가장 높습니다. 미국이 굳이 자신이 태평양 국가(미 서부가 태평양에 맞닿아 있다)라고 주장하면서까지 이 지역에 관심을 보이는 까닭입니다.

그런 미국도 최근에는 이 지역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중국 때문입니다. 중국이 큰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고 ‘돌아온 불량배(미국서 보는 입장)’인 러시아도 힘을 쓰려고 하고 있죠. 그래서 미국은 이 지역에서 군비를 더 늘리고 파트너십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패권을 확고하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 파트너십의 첫 번째가 바로 한미일 동맹입니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견제하려고 하는 것이죠. 판을 크게 보면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있고 그 밑에 북핵 문제와 한일 갈등이 놓여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중국과 싸우면서 북한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데 한국이 공조의 틀을 깨고 나간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지소미아는 한일 간의 문제고 미국과는 관계없다는 주장을 펴지만 세상 일이 우리 마음대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미 당국자가 2016년 지소미아 체결 이전의 3각 정보공유에 대해 “위기 상황에서 꽤 번거롭고 매우 불편하며 사실상 쓸모없다”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는 시간이 핵심”이라고 한 이유를 곱씹어봐야 합니다. 미국이 최종 종료 시점인 11월까지 지소미아 연장 결정을 내리라고 강하게 우리를 압박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일본에 대한 보복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해도 미국과의 동맹협력에 해로운 결정”이라고 비판한 이유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동맹인데 그것도 이해 못 하냐고? 미군은 철수 안 한다고?

이런 주장이 나옵니다. 미국은 한국을 동맹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도 이해 못하느냐는 것이죠. 거꾸로 미국이 중국과 패권 다툼을 하고 있어 미군을 가장 가까이 배치할 수 있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크고 이 때문에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동맹이면 상대방을 이해해 줄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남녀관계에서도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런 것도 이해 못 해”가 서로 가진 불만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가 사이는 더 합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과 미국 무기 구매 같은 청구서를 내밀죠.

우리 입장에서는 서운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어떻게 볼까요. 미 지정학자 피터 자이한은 냉철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일본과 달리 한국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만든 세계질서에 경제와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해왔는데 많은 한국인이 이를 잊는다”고 말했습니다.

점잖은 얘기였는데 섬뜩했습니다.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한국이 2차 세계대전 후 지금까지 잘 살게 된 것은 판을 깔아준 미국 덕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우리의 입장이 있지만 미국도 미국대로의 생각이 있다는 말입니다.



특히 미국은 언제든 우리나라를 버릴 수 있는 나라입니다. 물론 지금은 인도태평양이 미국의 최대 이해관계가 걸린 곳입니다. 지정학적 의미에서 한국도 중요하고요. 하지만 이게 절대 불변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가쓰라 태프트 밀약 때가 그랬고, 애치슨 선언 때가 그랬습니다. 애치슨 선언의 결과는 무엇입니까. 6·25라는 참상을 겪게 됐습니다. 단순히 미국이 철수 안 한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대미 강경론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입니다.

자이한의 생각도 같습니다. 그는 세계경찰 노릇에 지치고 셰일 혁명으로 중동에 석유를 의존해도 되지 않게 된 미국이 중장기적으로 아시아를 떠날 것이라고 봅니다. 그때 한국은 “중국이냐 일본이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경제력과 군사력대로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한반도를 괴롭혀온 중국입니다. 홍콩 시위를 보면 1987년 대한민국을 보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일본에 의존하는 일은 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자이한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같은 것으로 미국과 관계를 계속 엮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 지정학자 피터 자이한. 그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냉철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한다.


한국의 대전략은 무엇인가?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한일 관계를 두고 “두 나라는 수십년 간 깊이 얽혀 있어 협력밖에 답이 없다”며 “한일관계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은 한일과 함께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도 많이 나옵니다. “일본은 한국이 필요 없다”는 것이죠 .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이긴 호치민 전 베트남 주석은 “쌍차도 길을 잘못 들면 무용지물이나 때를 만나면 졸(卒)로도 승리한다”고 했습니다. 손자병법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했죠. 우리 정부가 좀 더 전략적이면 좋겠습니다. 경제력만 놓고 봐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기준 약 4조8,721억달러로 우리나라(1조5,302억달러)의 3배가 넘습니다. 이념이 아닌 반도체처럼 확실히 실력으로 일본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의 도광양회(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가 필요한 건 우리나라가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이 중요합니다. 대전략을 세워 대한민국이 어떻게 국익을 극대화하고 국력을 더 키워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대전략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최소한 국민들이 이를 알고 공감하는 전략이라는 게 없는 듯합니다. 한일 무역전쟁은 왜 하는지, 어떤 상황이 되면 승리하는지, 그리고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정부도 소재 독립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 감소, 첨단기술 개발 같은 목표를 두고 있지만 일본이니까 죽창을 들어야 한다는 감정적 논리가 이를 압도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대한민국은 미국 눈치 안 보고 일본이나 중국의 협력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합니다. 명확하고 뚜렷한 대한민국의 대전략, 빨리 보고 싶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