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 대학 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면서도 조 후보자에 대한 거취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태국·미얀마·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당정청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그동안 입시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 이런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와는 별개로 조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현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을 두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위해 청문회제도가 도입됐는데 이것이 정쟁화해버리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고사한 경우도 많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의 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조 후보자를 비호하기 위한 ‘물타기’에 불과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가한 순방, 번지수 틀린 순방이라는 비난 속에 떠나는 것도 모자라 대통령은 기어이 국민의 분노를 조롱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민의 총체적 분노와 절망을 가져오고 있는 ‘조국 사태’ 국면에서, 더욱이 해외순방을 떠나며 대통령이 할 소리인가 귀를 의심한다”며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달나라에 가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청와대는 한국당의 청문회 연기 주장에 대해 “특별한 사정의 변경이 생겼다고 보지 않는다”며 연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 수석은 “(청문회 일정 협상은) 청와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할 일이고 저희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며 “입시 문제와 조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문제는 별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순방기간 중인 3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재송부 기한은 문 대통령이 귀국하는 오는 6일 혹은 그 이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여야가 극적으로 청문회 일정에 합의할 경우 청문회 날짜 이후까지로 그 기한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는 앞서 2~3일 양일에 걸쳐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증인 출석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청문회 일정이 표류하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5박6일간의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을 떠났다. 이번 순방으로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공약을 조기에 이행하게 된다. 이번 순방은 문재인 정부 대외 경제전략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인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무역구조에서 탈피해 시장 다변화를 꾀하기 위한 취지다. 또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과 협력도 요청할 예정이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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