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내년 살림살이 규모를 확정한 가운데 공시제도 개선을 위한 예산은 별도로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 투명성 제고를 위해 표준지 확대, 전문인력 충원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국토부는 표준지 교체 등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내년에도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 속도를 더 높인다는 방침이어서 올해 발생했던 ‘고무줄·깜깜이 공시’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일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국토부 예산안 49조 8,000억원 가운데 공시제도 개선 예산은 별도로 편성되지 않았다. 올해보다 예산이 15.2% 늘었지만, 대다수 예산은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유지보수, 도시재생 확대 등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표준지와 표준주택을 현재보다 늘리는 방식이 공시제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현재 표준지나 표준 단독주택 가운데 활용률이 낮은 곳을 인근 대체지역으로 교체하는 형태로 개선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토지와 단독주택 공시제도는 ‘표준-개별’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체 부동산 가운데 인근 지역 내 특성과 가격 수준을 대표할 만하다고 판단되는 ‘표준지’ 또는 ‘표준주택’을 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지자체에서 개별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형태다.
표준지는 전체 토지 3,286만 필지 가운데 대표성 있는 토지 50만 필지이고, 표준 단독주택은 전국 단독주택 418만 가구 가운데 대표성이 있는 주택 22만 가구다. 표준지와 표준 단독주택의 비율이 워낙 적다 보니 개별지와 개별단독주택의 가격도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정부가 지정한 표준지와 위치·특성이 비슷한 개별지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매겨지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 때문에 올해 국토부와 서울시 일부 자치구는 주택 공시가를 두고 서로 기준이 옳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국토부는 급기야 서울 8개 자치구의 개별공시 오류 456건을 일일이 찾아내 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공시가격제도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공시인력의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지난 2017년 기준 공무원 1명당 담당하는 개별지가 2만 600여 필지에 달했다. 공동주택 역시 한국감정원 직원 550명이 4개월여 만에 1,339만 가구를 조사한다. 한 명이 하루에 180가구의 가격을 매기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내년 역시 공시가 현실화를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급격한 공시가 현실화 과정에서 나타났던 수 많은 문제들이 내년에도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다분한 셈이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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