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홍 부총리의 경제인식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 걱정스럽다. 최근 세계 경제는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지며 동반침체를 뜻하는 ‘R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마저 장단기 금리역전 등 불길한 징후가 한둘이 아니다. 경기하강을 우려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도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5로 4개월 연속 위축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침체된 유로존 경기부양을 위해 강력한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니 우리 경제가 괜찮을 리 있겠는가. 고용·투자·수출 어느 것 하나 좋은 게 없다. 수출은 8월에도 1년 전보다 13.6% 쪼그라들었다. 9개월 연속 줄었는데 6월 이후로는 석 달째 두자릿수 감소세다.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이 본격 반영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실제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30일 “소비자물가가 두세 달 정도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하지만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현 물가상황이 ‘준(準) 디플레이션’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막연한 낙관론으로 불안심리나 차단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는 더 큰 위기를 맞기 전에 대응책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이전과 같은 땜질 처방은 그만두고 정책전환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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