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합니다. 5,4,3,2,1”
지난달 30일 경기도 부천시 대곡-소사 복선전철 4공구 현장. 유동인구가 많고 각종 상가가 몰려있는 도심 지하 47m에서 전철 공사를 위해 발파했지만, 차량 소음에 묻혀 지상에선 폭파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진동 역시 느껴지지 않았다. 진동계측기에는 발파 순간의 진동이 0.1kine(㎝/sec)으로 표시됐다. 방에서 살짝 뛰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진동이 0.3kine 정도인데 이보다도 낮은 것이다. 건설현장 관계자는 “작업장의 발파 진동을 0.2kine 미만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지상에선 진동을 거의 못 느낀다”고 설명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 도심 지하 발파작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국토교통부에서 도심의 대심도 발파현장을 외부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구간은 대곡-소사 복선전철의 2·4공구다. 이 공사는 경기 고양과 부천을 잇는 18.3km 구간 복선전철이며 오는 2021년께 준공될 예정이다. 현장을 공개한 곳은 서울 강서구 방화차량기지 인근의 2공구와 경기 부천 소사지역의 4공구다. 2공구는 한강 하부를 쉴드TBM공법으로 뚫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쉴드TBM공법은 한강 하저구간에 터널 굴착기를 통해 암반을 뚫는 형태다. 소음과 진동이 적은 데다 굴착속도가 빨라 최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관계자는 “하저구간에 시공 중 물이 유입될 가능성이 낮고 고강도 세그먼트를 설치해 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4공구는 부천 소사지역 중심가이다. 이곳은 NATM공법으로 굴착 중이다. NATM공법은 터널에서 가장 일반적인 공법으로 구멍을 뚫고 발파한 뒤 숏크리트 타설, 강지보 설치 등으로 붕괴를 막는 형태다. NATM공법은 서울 지하철 3호선 광화문~퇴계로 4가 구간과 4호선 동대문~서울역 구간에도 적용된 바 있다. 이날 소사지역 지하에서 한 차례 발파를 진행했지만 도심 주민들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현장에선 한 주민이 오히려 취재진에게 뭘 취재하고 있는지 묻기도 했다. 기자가 “발파 현장을 취재 중이며 진동을 느꼈느냐”고 묻자 “지하에 지금 공사를 하는 거냐”고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정부와 건설 관계자는 앞으로 건설 예정 중인 GTX도 지하 40m 이하의 대심도에서 발파할 예정이어서 붕괴·지반 침하 등 우려가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굴착 전문가인 김선홍 성진이엔씨 대표는 “터널 공사를 하면서 지반 침하나 붕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느낀 것처럼 지하 깊은 곳에서 발파를 하기 때문에 지상의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조차 거의 느끼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2024년까지 지반침하 발생 건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제1차 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기준 지반침하 발생률은 338건인데 이를 2024년까지 169건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지하안전관리 기술 수준을 선진국의 90%까지 달성할 계획이다. 또 지하공간통합지도도 100% 구축한다. 현재 지하공간통합지도는 15개 특별·광역시 위주로 구축돼 있는데 2023년께 이를 전국 162개 시군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