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와 자녀가 10억5,000만원을 실제로 투자했는데도 “경제·경영지식에는 문외한”이라며 한발 뺐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날로 확대되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본인도 실체적 진실이 궁금하다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질주인이라는 의혹을 받는 5촌 조카에게 “하루빨리 귀국해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달라.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투자한 사모펀드가 조 후보자 가족의 투자 이후 관급공사 수주가 늘어난 데 대해서는 “사모펀드 관련사의 관급공사 수주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해상충, 미공개정보 공유 등의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 이어진 조 후보자의 해명에도 투자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①거액 투자했는데 사모펀드 처음 알았다?…론스타 사태 때 반대성명도=“경제·경영에 문외한”이라는 조 후보자는 본인의 자금이 대거 들어간 사모펀드라는 개념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 시절이던 지난 2012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관련한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고 론스타가 인수했던 외환은행의 주식 갖기 운동에도 동참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적이 있다. 론스타의 ‘먹튀’를 규탄하고 은행법에 따른 징벌적 분산매각을 촉구하는 내용의 선언문이었다. ‘외환은행 주식 갖기 운동’에도 동참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금융노조 관계자들과 “론스타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며 “외환은행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②‘블라인드펀드’라 운용 내역 몰랐다?…“투자처 정기보고는 의무”=조 후보자는 코링크PE의 투자 내역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투자한 펀드가 투자 내역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펀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일반적인 운용사는 투자자(LP)들에게 운용 내역을 반기마다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게 일반적이다. 직접적으로 투자 내역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이 GP(운용사)의 운용 내역에 대해 참고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과 수익률이 e메일이나 우편을 통해 전달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투자 내역이 주가 향방을 좌우할 수 있어 예민한 경우 알파벳으로 기입하기도 한다”며 “단순히 블라인드펀드라고 해서 운용 내역을 전혀 알 수 없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③재산신고만 세 번인데 코링크 몰랐나…처남에 3억 ‘KoLiEq’ 명의로=조 후보자는 배우자가 자산을 관리하고 있어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실은 민정수석이 된 뒤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조 후보자의 가족이 국회에 제출한 보유재산은 56억4244만원. 이 중 조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6억2000만원, 27억원이다. 조 후보자 부부가 보유한 현금의 3분의1이 사모펀드로 흘러갔는데 투자처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2018년 3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관보에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에 처음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실이 공개됐는데 이에 대해서도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는 저의 불찰”이라고 답변했다.
부인 정경심씨가 남동생에게 3억원을 빌려주며 자신과 두 자녀가 투자한 사모펀드(블루코어밸류업1호)에 투자하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최근에서야 알았다고 주장한다. 조 후보자 부인은 2017년 2월 남동생에게 연 4%의 이율로 3억원을 빌려주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맺었다. 2억원을 보낼 때 ‘입출금 표시 내용’에 ‘KoLiEq’라는 메모를 남겼다. 조 후보자는 이에 대해 “코링크(COLINK)의 스펠링이 그 회사의 스펠링과 다르다”면서 “발음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실제 그 회사에 대해 배우자가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④코링크PE의 수익률이 높아 투자?···가상화폐 테마주 투자 몰랐나=조 후보자 배우자가 업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코링크PE에 투자한 배경에 대해서는 “당시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5촌 조카의 추천을 받아 해당 운용사를 소개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익률이 높아 조 후보자의 자산을 관리하던 펀드매니저도 검토 후 이를 추천해 투자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코링크PE가 당시 운용 중이던 블라인드1호펀드(레드코어밸류업1호)가 판단의 근거가 됐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레드코어1호는 코스닥 상장자 포스링크에 설정액(40억원)의 대부분인 25억원을 투자했는데 포스링크가 가상통화 사업을 준비하면서 ‘테마주’가 됐고 결국 투자 6개월만에 주가는 5배 이상 뛰었다. 그 해 청산한 레드코어1호가 내부수익율 30%를 기록한 데는 포스링크 투자건이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테마주’ 한 건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다소 위험한 운용 방식에 대해 자문을 의뢰한 금융전문가가 이를 검토 후 추천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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