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간에서 135일 이내 약 5,000명의 병력을 철수하고 5개 기지를 폐쇄하는 내용이 포함된 평화협정 초안을 탈레반과 합의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차 평화협상을 마친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특사는 이날 아프간 현지 톨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과 수개월 간 협상 끝에 합의에 도달했다며 서명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인터뷰가 방송되는 동안 수 킬로미터 떨어진 수도 카불에서 대형 폭발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아프간의 평화까지 가야 할 거리를 보여줬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할릴자드 미국특사는 “원칙적으로 우리는 거기(합의)에 도달했다”며 “문서는 끝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대신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무장단체가 미국과 동맹에 대한 공격을 모의하는 데 아프간이 이용되지 않도록 약속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할릴자드 특사는 이 협정의 목표는 종전이 아니며, 공식적인 휴전협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 협정은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등 아프간인들끼리 협상에 달려 있다는 의미이다.
할릴자드 특사는 현재 1만4,000명 규모인 미군이 1단계로 철수한 후에 잔류군이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지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탈레반은 모든 외국 군대가 떠나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협정 초안에 관해 브리핑을 받았으며, 상세한 내용을 살핀 뒤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할릴자드 특사는 노르웨이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아프간 내부 협상이 서방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보다 광범위한 정치적 해결에 도달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릴자드 특사는 협정 서명 전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이번 주 카불에서 다수의 아프간 지도자들과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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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탈레반은 현 정부를 불법적인 꼭두각시 정권으로 간주하며 직접적으로 협상하길 거부해 향후 협상의 세부적인 내용은 불명확하게 남아 있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할릴자드 특사가 카불을 찾아 가니 대통령에게 평화협정에 대한 브리핑을 한 이후 몇 시간 만에 수도 카불에서 대형 폭발로 인해 최소 5명의 민간이 사망하고 50명 정도가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자살폭탄과 총격을 합친 공격이 이뤄졌다”며 탈레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가장 오래 끈 전쟁인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할릴자드 특사는 탈레반과 9차에 걸친 평화협정 협상을 진행해 왔다.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자행한 오사마 빈 라덴 등을 보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세력 회복에 성공, 현재 아프간 전 국토의 절반가량을 장악한 상태다.
/이창호인턴기자 ch11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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