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하이트진로)의 꾸준함이 ‘원조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49·스웨덴·은퇴)을 소환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홈페이지에 기고하는 유명 칼럼니스트 론 시락은 3일 ‘소렌스탐처럼 골프를 하는 고진영’이라는 글에서 “그녀는 지금 지구상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극찬하며 고진영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렉시 톰프슨과 브룩 헨더슨, 제시카-넬리 코르다 자매의 파워를 갖고 있지 않지만 고진영이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보여준 정교함과 침착함은 절대적으로 소렌스탐과 같다”고 평가하고 “이는 가볍게 던지는 칭찬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소렌스탐은 지난 2008년 은퇴하기 전까지 LPGA 투어를 지배한 ‘레전드’다. 통산 307개 대회에 출전해 72승을 포함 3위 이내에 142회나 들었다. 톱10 입상 횟수는 212회에 달했고 컷 탈락은 단 아홉 번이었다.
물론 고진영은 갈 길이 멀지만 비슷한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10승을 거둔 뒤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한 고진영은 현재까지 두 시즌 동안 43개 대회에 출전해 마흔두 차례 컷을 통과했으며 통산 5승을 포함해 톱10에 스물세 차례 입상했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그는 올해는 메이저 2승 등 4승을 거두고 세계랭킹, 상금, 평균타수,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최근에는 114개 홀 연속 ‘노 보기’ 행진을 벌여 타이거 우즈가 메이저 3승을 거두며 최전성기를 보낸 2000년에 기록한 110개 홀을 넘어서기도 했다. 소렌스탐은 지금 고진영의 나이와 같은 24세 때 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시락이 꼽는 고진영과 소렌스탐의 공통점은 균형·정확도·단순성이다. 그는 소렌스탐을 가장 잘 묘사한 단어는 코스에서 항상 유지하는 육체적·정신적 ‘균형’이며 고진영도 마찬가지라고 단언했다. 고진영의 캐디인 데이브 브루커가 “중압감 속에서 완벽한 스윙을 반복하는 그녀의 능력이나 성숙한 마음가짐은 둘 다 특별하다”고 한 말을 인용했다. 브루커는 은퇴한 박지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과 함께한 베테랑이다.
고진영의 정확도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그는 그린 적중률 79.9%로 1위의 정확한 아이언 샷과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 3위(1.738타)의 컴퓨터 퍼트는 강력한 조합이다. 단순성은 위기를 탈출하고 침착하게 퍼트를 하는 원동력이 된다. 고진영은 “내 캐디, 퍼트라인, 타깃, 클럽 선택을 신뢰한다. 티잉 구역부터 그린까지 모든 것이 훌륭하고 멋진 경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시락은 ‘고진영의 정확하고 단순한 플레이 스타일, 재능에 어울리는 욕망은 소렌스탐을 연상시킨다’는 캐디 브루커의 말을 소개하고 “이런 것들은 고진영에게 많은 우승을 줄 것이다. 소렌스탐에게 물어보라”며 글을 맺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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