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성현 칼럼] 태풍에 살아남는 법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R의 공포에도 정부 위기의식 없고

日과 장기무역분쟁땐 충격 불가피

자존심만 강한 나무 태풍 못견뎌

정부가 선제적 외교해결책 모색을





외교·정치·안보·경제 전 분야에서 사건에 사건이 이어진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로 비롯된 일본의 반도체 소재 3종 수출규제는 우리의 지소미아 파기와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최악에 접어들었다.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정치권의 분열은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되면서 더 악화됐다. 이 와중에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경제가 소득주도 성장정책 등으로 성장 동력을 상실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은 양국이 9월부터 새로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대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믿을 수 없게도 이 모든 사건이 지난 두 달 새 일어났다.

전 세계가 경기침체 공포에 떨고 있지만 정부와 집권여당은 위기의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경제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위기론을 떠드는 가짜뉴스가 문제라고 한다. 대통령은 대일 무역분쟁으로 일본이 더 큰 손해를 본다며 남북평화 경제로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과의 무역분쟁의 책임에서 후퇴 없는 진격만을 외치고 있다. 친여당 미디어에서는 연일 일본여행 감소와 일본물품 불매운동으로 일본의 수출기업이나 지자체가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고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계속되면 일본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처럼 보도한다. 하지만 1,000개가 넘는 품목에 영향을 주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시행되면서 한국 기업이 받을 영향은 아직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언제 어떤 물건에 대해 어떻게 시비를 걸지 알 수 없다.

한일 무역분쟁이 계속 심화된다면 어느 나라가 더 큰 타격을 입을까. 그 대답은 두 나라가 얼마만큼 대외충격을 견딜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일본과의 무역분쟁은 두 나라 간 무역수지뿐 아니라 대외신인도와 해외투자자의 반응에 따라 총체적인 대외충격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잃어버린 20년의 불황을 견뎌낸 국가이고 역대 최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대외 순자산은 한국의 11배에 이르고 외환보유액도 우리의 3배가 넘는다. 아무리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돼도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어 외환위기를 겪을 염려가 없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대외충격에 약한 국가이다. 불황이 계속되면 외환위기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지금껏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해온 두 가지 축은 재정 건전성과 경상수지 흑자이다. 이 두 부분에 전부 빨간불이 켜졌다. 불황으로 인한 세수감소가 눈에 보이는데도 내년도 예산은 5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400조원에 비해 3년 만에 100조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고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말로는 국익을 위한 정책이라며 일본과의 강대강 대결구도를 조장하는 정책은 누구를 위한 국익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오히려 커지는 반일감정을 총선 승리를 위한 지렛대나 내년도 슈퍼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한 핑계거리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반일·반아베 정서는 지금의 정당 지지도나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다음 총선은 2020년 4월이다. 아직 7개월 넘게 남았다. 7개월은 지금껏 누적돼왔던 경제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가짜뉴스로 치부하기에는 경제지표의 악화가 너무 눈에 보인다. 대일 무역분쟁이 계속된다면 그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일본에 의지해왔던 소재·부품산업에 아무리 정부가 몇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기술력의 격차는 이런 짧은 시간 안에 메꿀 수 없다. 결국은 경제가 선거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제발 문재인 정부가 유연성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대일 무역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 자존심으로 곧게 뻗은 나무는 태풍이 불면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혀나간다. 유연한 버드나무는 태풍에 살아남는 법이다. 작전상 후퇴는 패배가 아닌 추후의 승리를 위한 포석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