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운대 곳곳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는 것 같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싸드(THAAD) 사태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듯하다. 해운대나 광안리해수욕장같은 유명 휴양지뿐만 아니라 재래시장에서도 외국인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H씨(55세)의 말이다.
동해와 남해를 낀 아름다운 해변 관광자원을 가진 해운대는 이제 현대적인 초고층 건물들이 빚어내는 멋진 스카이라인을 더해 내국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는 국제적 관광특구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처럼 해운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증가하고 있는데에는, 해변을 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연중 계속되는 축제와 MICE(전시컨벤션) 행사, 고급호텔과 리조트 등 관광 인프라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져온데 힘입은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 토박이 택시기사 K(57)씨는 “20년 전만 해도 해운대는 조용한 동네였다”며, “지금은 관광객들이 즐비한 고층건물들을 보고 다들 깜짝 놀란다”라며 해운대의 변모를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3년부터 2년에 한번씩 선정하는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에 올해 해운대 마린시티가 처음으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해운대해수욕장만 올해 포함 세번 선정되었었는데, 초고층건물들로 이루어진 마린시티가 추가된 것이다. 그만큼 해운대는 해변에 줄지어 선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물들이 이뤄내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야경 등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되는 곳으로 변화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부산방문 외국인 관광객수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1월 18%, 2월 10%, 3월 6%, 4월 20%, 5월 14%를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수도 올 1월부터 5월까지 매월 20% 내외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부동산 취득도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구청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해운대 부동산 취득신고건수는 2015년 44건, 2016년 31건, 2017년 32건에 불과했었는데, 2018년 109건으로 전년대비 3배 이상 뛰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40건을 기록하여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취득건수가 100건 내외를 기록하는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래/금정구가 4건, 부동산개발이 한창인 기장군이 25건을 기록한 데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부산 부동산시장이 정체된 지금이 오히려 외국인들에게는 관광지로서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해운대지역 부동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받아들여진 것을 일차적 이유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부산부동산시장이 2015~2017년 활황기를 지난 후, 2018년 하락장에 들어섰는데, 외국인 부동산 취득은 오히려 하락장인 2018년에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엘시티 등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 지어진 대형 레지던스 호텔에 관심을 보인 외국인들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의 101층 랜드마크타워 22~94층에 561실 규모로 들어서는 ‘엘시티 더 레지던스’는, 올 12월말 입주를 앞두고 90% 이상 계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중에 외국인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부동산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2010년 외국인부동산투자이민제 도입 이후부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투자이민제란 지정된 지역에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장기체류비자를 내주고 일정 기간 동안 투자를 유지하면 다시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인데, 부산에서는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의 레지던스 호텔인 ‘엘시티 더 레지던스’ 와 동부산관광단지가 투자이민제 대상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외국인들의 부동산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 지역이 세계적인 관광지 또는 비즈니스 중심지로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주택시장을 왜곡하여 일반 시민들의 주거권을 해치지 않는 한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청약제도 등을 통해 주택시장에 참여하는 일반 시민들을 보호하되, 레지던스나 오피스텔 같은 비주택 상품에 대해서는 외국인들의 투자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해당지역 외국인들의 경제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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