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반체제정당 오성운동이 추진하는 중도좌파 민주당과의 연정구성안이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이탈리아의 새로운 포퓰리즘 연정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성운동이 이날 실시한 연정안에 대한 온라인 당원 투표는 79%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당초 정가에서는 반체제정당인 오성운동 내부에서 ‘부패 기성정당’으로 인식돼온 민주당과의 연정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류가 있어 결과를 내다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투표 결과 79.3%가 연정안을 지지해 반대(20.7%)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패배가 불 보듯 뻔한 조기총선보다는 민주당과의 연정을 현실적 대안으로 여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 연정 출범의 최대 고비로 인식된 당원투표의 문턱을 가뿐히 넘으면서 오성운동과 민주당을 양대 축으로 하는 차기 내각 출범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앞서 차기 내각 수장으로 추대된 주세페 콘테 총리는 4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만나 오성운동 당원투표 결과를 포함한 연정협상 결과를 보고하며 새 연정 출범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의회 신임투표라는 관문이 남았지만 상하원 모두 두 정당이 합계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투표 결과가 공개된 직후 “이탈리아의 연정 위기는 한 달도 안 돼 끝났다”고 자축하며 “새 연립정부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필요한 일을 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날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공개한 정책 초안에는 △성장을 저해하는 긴축조치 타파 △최저임금 도입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포함해 26개 의제가 포함돼 있다. 오성운동이 내세운 정책공약이 대거 수용된 것이 당원들의 압도적 찬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한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자리 나눠먹기식 연정의 생명은 짧다”며 “총선에서 그들이 영원히 도망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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