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권홍우칼럼]주한미군 기지 '조기 반환'...누구 작품인가

조기 반환 아닌 십수년 지연사업

미군도 '빨리 평택 이전' 희망 입장

발표 시기도 문제...오해·억측 자초

국익 앞 하나된 日언론, 韓은 분열

지금의 위기 사회적 합의 기회삼길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과 관련해 ‘지켜보자’고 두 번 말했다. 한 번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면전에서다. 한국에 대한 불만을 잔뜩 듣고 난 반응이 ‘지켜보자’다. 다른 한 번은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주한미군기지 ‘조기 반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고 ‘한국과 좋은 관계다. 지켜보자’고 답했다. ‘두고 보자는 놈 무섭지 않다’는 우리 말이 있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상대가 슈퍼파워인 미국의 대통령이고 게다가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한일관계와 주한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미국과 협상 자체가 현안 과제다.

알려진 대로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을 중시하고 있다면 트럼프가 아베에게 말한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는 언어에 담긴 뜻을 정교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사안인 미군기지 반환 건은 엉뚱하고 심각하게 빗나갔다. 정부가 용어와 시기를 잘못 고른 탓이다. ‘조기 반환’이라는 말부터 어불성설이다. 미군기지 이전이 논의되고 환경오염 논쟁이 빚어진 것이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국회가 나서서 정부부처와 환경단체까지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하며 미군과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이 2007년이다.

‘조기 반환’과 ‘지연된 반환’이 지니는 의미는 정반대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없이 늘어지는 반환 협정을 빨리 마무리하자’는 것이 정부의 정책 목표다. 정부가 어떤 이유로 ‘조기 반환’이라는 용어를 썼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발표 시기도 문제다. 정부가, 그것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조기 반환’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오해를 불렀다. 한국이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더러는 ‘좌파 정권이 미군을 빨리 몰아내려 한다’고 믿는 상황이 돼버렸다.

과연 정부가 남으려는 미군을 빨리 내보려고 할까. 정반대다. 미군은 ‘기지를 내놓았으니 협상을 속히 마무리하자’는 입장이다. 포괄적 협상이 본격화된 2007년만 해도 한미 양국은 4~5년 이내에 협상이 끝날 것이라고 여겼으나 환경오염 정화라는 늪에 빠졌다. 우선 시각이 다르다. 한미 양국은 2001년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 각서’를 체결하고 ‘인간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이며 알려진 위험(KISE)’이 발견되는 경우에 정화 노력을 기울인다는 합의를 이뤘다. 조건을 충족하면 환경오염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근거로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환경오염부터 평가하자는 입장이다. 미국 측은 이에 ‘미군은 물론 그 가족들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왔다’며 맞서왔다. 한국이 제시하는 오염이 알려지지도 급박하지도 실질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땅이 넓어 기지가 오염되면 얼마든지 다른 부지를 찾을 수 있는 미국적 기준과 좁은 땅 하나하나가 중요한 한국적 기준은 십수년 넘도록 좁혀지지 않았다. 각 부처 과장급과 미군 대령 간 협상에서 진척이 없자 양측은 대화 채널을 국장급과 주한미군 소장급 장성으로 끌어올렸으나 여전히 평행선이다.

결국 이 안건은 국무조정실이 맡게 됐다. 국방부와 외교부·국토부·환경부 등 정부부처가 관련된 사안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해 NSC까지 올라갔다.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지소미아 종료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한미 양국 사이에 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던 시기에 NSC가 내린 ‘조기 반환 추진’ 결정은 온갖 억측을 낳았다. 국회에서도 거론됐다. 다시금 묻고 싶다. ‘조기 반환’이라는 작명과 시기 선택을 누가 했는지. 무능력하거나 감각이 없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주한미군기지 협상이 지나온 길을 대부분 언론은 파악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한미 갈등’에 억지로 끼어맞춘 기사가 봇물을 이뤘다. 한국에서 이슈로 부각되니 트럼프에게 질문이 던져졌고 ‘지켜보자’는 답변으로 이어졌다. 무책임한 정부와 무분별한 언론이 스스로 대미협상력을 약화시킨 꼴이다. 일본 언론은 ‘지소미아 파기로 인한 한일갈등에 한국은 물론 일본도 책임이 있다’는 미국 고위당국자의 말을 일본 부분은 쏙 뺀 채 보도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든 일본 언론이 똑같았다. 일본 언론과 비교해 우리를 보자니 부끄럽다. 불필요한 대가를 지불하고도 개선점을 찾지 못하는 사회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거대한 오해와 억측이라는 부작용 속에서도 미군기지 이전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면 사회적 합의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다. 뒤집을 힘이 있을 때 위기는 기회의 이면이다.hong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