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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삼순이-식모, 버스안내양, 여공] 시대의 표상 '삼순이'의 치열한 삶

■정찬일 지음, 책과 함께 펴냄





‘순이’는 한국에서 여성을 지칭하는 대명사다. 1950~60년대 여성 신생아 이름에 가장 많이 붙여진 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이름에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질서가 숨어 있다. ‘순할 순(順)’이라는 한자는 지아비와 집안을 잘 따르는 순한 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붙여졌다.

신간 ‘삼순이-식모, 버스안내양, 여공’은 한국의 수많은 ‘순이’ 중에서도 1950~80년대 한국 여성의 주된 직업군이었던 식모(식순이)·버스안내양(차순이)·여공(공순이)인 ‘삼순이’를 조명하고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렸다.



가부장적 관념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삼순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화려한 경제 개발의 그늘에서 그들은 인권 유린과 매연, 어둠침침한 조명 아래 살인적인 강도의 노동을 겪으며 청춘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강했다. 저자는 “헤게모니 쟁탈을 좇는 욕망이 아니라 입에 풀칠하기 위한 처절함이었고, 타인을 위해 조각조각 부서지는 희생을 기꺼이 무릅쓴 숭고함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팔자’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시대의 민초가 됐다”고 평했다.

기자 출신인 저자 정찬일은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이 르포르타주를 완성했다.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책의 주인공 9명 이야기로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2만 5,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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