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계획을 사전 보고하면 검찰 수사의 중립성이 현저히 훼손된다.” (대검찰청)
“청와대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부인이 표창장을 위조하지 않았다고 한 것은 수사 개입” (대검찰청)
“지금까지 수사에 개입한 적도 없고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박상기 장관의 발언이 청와대와 검찰의 ‘허니문’ 기간을 끝내버린 불씨가 됐다. 박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로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압수수색을 사전에 보고받았느냐”는 정점식 의원의 질의에 “사후에 알게 됐다. (사전에) 보고를 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장관이 수사 지휘를 하는 게 논리에 맞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대검찰청은 기자단에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일선 검사에 대한 지휘와는 달리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서, 이와 같은 이례적인 지휘권 발동을 전제로 모든 수사기밀 사항을 사전에 보고하지는 않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해 수시로 수사지휘를 하고 이를 위해 수사 계획을 사전 보고받는다면 청와대는 장관에게, 장관은 총장에게, 총장은 일선 검찰에 지시를 하달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수사 사법행위의 독립성이 현저히 훼손된다”고 강조했다.
‘수사개입’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부인의 표창장 위조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위조가 아니’라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바 있는데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 발로 나온 언론보도에 따른 반응이다. 지휘감독 관계에서 상위기관인 청와대가 검찰 수사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박 장관이 언급한 ‘수사지휘권’은 사실상 헌정사상 단 한번 밖에 작동된 적이 없다. 2005년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장관 지휘를 수용했으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자진사퇴했다. 검찰은 법제상 법무부의 외청으로 행정부의 일원이지만, 법무부는 검찰에 대해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할 뿐 개별 수사를 지휘하지 않는다. 현행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준사법기관의 지위를 갖는 까닭이다.
청와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청와대는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이 당시 정상적으로 표창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전했고,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 문의에 따라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청와대 내부 기류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입장과 함께 그 근거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런데 검찰은 이를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며 “청와대는 지금까지 수사에 개입한 적도 없고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국민과 함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도 추가로 입장을 발표하며 수사지휘권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에 관한 검찰청법 규정은 검찰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사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의 국회 발언은 이와 같은 지휘권 행사는 중요한 사안에 대한 사전 보고를 전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며 “검찰권이 국민의 입장에서 적정하게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의 사전 보고를 전제로 법무부 장관이 지휘 감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6일에는 한층 강도 높은 발언이 쏟아져나왔다. 이날 오전 청와대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의 의혹을 수사한다는 구실로 20∼30군데를 압수 수색을 하는 것은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하거나 전국 조직폭력배를 일제소탕하듯이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반적 수사가 아니라 검찰이 자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줄이겠다는 사법 개혁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을 스스로 선택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까지 했다.
검찰개혁 기조를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한 지 한 달 반이 채 안돼 ‘강대강’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개혁 적임자’를 자처한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 향방은 그래서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는다. 문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가 종료된 후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후보자 수사가 검찰조직 보호 논리에서 출발한 ‘내란’일지, 현 정권 핵심인사를 겨냥한 수사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일지를 둘러싼 두 권력기관의 갈등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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