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의심했다. 저래도 되나 싶었다. 마음을 울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제자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의원이 조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밤새 준비한 원고를 보면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간 질의 얘기다. “지금까지 ‘언행 불일치’, 그리고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대해 동문서답식의 답변을 해서 상처를 깊게 한 것에 대해 변명을 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우리 편을 대할 때와 남의 편을 대할 때 기준이 다른 것은 ‘편 가르기’입니다. 어느 편이냐에 따라 잣대를 다르게 하는 점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큰 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질의에 조 후보자는 사과할 의사가 있고, 비판 취지를 이해하고 성찰하고 있다며 간략하게 답했다.
지난 6일 장장 14시간에 걸쳐 진행된 청문회에서 민주당은 조 후보자를 엄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고려대 학생이 유학을 가든 대학원을 가든, 동양대 표창장이 뭐가 필요하겠느냐” “서울대를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이 굉장히 고소득층 가정 (구성원) 인데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많이 받았다”는 등의 지원 발언도 흘러나왔다. 모두 조 후보자를 돕고자 한 얘기였지만 결과적으로 그에게 해를 끼쳤다. 지방대 학생들과 저소득층에 다시금 상처를 준 말들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그들대로 그동안 내놓았던 의혹들 제기만 ‘재탕 삼탕’ 식으로 퍼부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금 의원의 지적대로 조 후보자는 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대한민국을 조각냈다. 우선 고스펙 학생들과 저스펙 학생들, 돈을 많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갈라놓았다. 이념적으로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등을 돌리게 했고 심지어 진보 내에서도 그를 지지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로 나뉘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와 반지지자도 더욱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각 진영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 댓글 대전이 펼쳐졌고,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갖는 술자리에서는 갈등 국면이 빚어지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당, 검찰이 서로 철천지원수처럼 극한 대립하도록 한 데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렇게 찢어진 채로 내버려두기에는 우리나라가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은 일본과는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고, 곳곳에서는 한미동맹 균열의 신호도 감지된다. 그간 경제의 주요 버팀목이었던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크게 악화했고 일자리 상황은 별반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중산층과 자영업자도 힘겨움을 호소하고 있다. 검찰의 비대한 권한 역시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 조 후보자는 국회 동의와 여론 지지를 받아야만 이룰 수 있는 검찰개혁에도 걸림돌이 돼 있다. 조국이 조각낸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어붙일지 고민해야 할 때다.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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