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하든 정국이 한바탕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 아내인 정경심 교수를 검찰이 기소하면서 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졌고, 여야는 격렬한 대치를 이어갔다. 검찰 비판에 목소리를 높이던 청와대 참모들은 돌출적인 발언을 자제하면서 조 후보자 임명이 ‘대통령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지난주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들과 외부 인사들로부터 다양한 자문을 받으며 조 후보자 임명을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조국 후보자 임명 가능성은 7일부터 열려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다”며 “발표 시기나 내용 등을 확정하려는 상황 속에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2시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조 후보자 임명 문제 등을 심도 깊게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당초 조 후보자가 당사자로 연루된 직접적인 의혹이 없는 만큼 대통령의 임명 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그간 야권에서 제기된 의혹 외에 ‘결정적인 한 방’이 나오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이 순방 직후 조 후보자 임명을 그대로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청문회 종료 직전 결정된 검찰의 정 교수 기소에 따라 문 대통령의 선택지는 훨씬 복잡해진 상태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조 후보자의 아내인 정 교수를 기소함에 따라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경우, 검찰을 지휘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과 대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문 대통령이 고민하는 지점이 거기에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의 기세로 보면 조 후보자가 임명된 후에도 정 교수의 추가 혐의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상황에 따라 ‘검찰의 칼’이 조 후보자를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은 상당하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지명 철회 또는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등 청와대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의 선봉에 섰던 조 후보자를 개혁 대상인 검찰 때문에 버리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여권 내 중론이다. 이날 여당은 최고위원회를 열어 조 후보자에 대한 ‘적격’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문 대통령의 조 후보자 임명에 힘을 실어줬다.
조 후보자는 그 자체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문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일찌감치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후보자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예민한 위치에서도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정권 핵심 지지층의 여론을 이끌어왔다.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를 단순히 대통령과 참모의 관계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해소만 된다면 이번 사태가 오히려 검찰 개혁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 후보자 카드를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날 하루 종일 조 후보자 임명 시기 및 방법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오고 갔다. 10일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적어도 9일에는 조 후보자 임명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 후보자가 만약 9일 임명된다면 법무부 장관 신분으로 다음날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해야 하는 장관 후보자는 조 후보자를 비롯해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등이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검찰수사 추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조 후보자 임명 결정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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