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내실 거예요. 사장님, 이겨내실 거예요”
9일 오전 경기 안성 일죽면에 위치한 과수 농장. 초가을 햇볕 아래 탐스럽게 익어가야 할 배들이 종이 봉지에 쌓인 채 흙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인근의 비닐하우스도 참담하긴 마찬가지. 만신창이가 된 비닐은 찢어져서 너덜거리고 철골은 휘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지난 주말 한반도를 강타한 13호 태풍 ‘링링’이 무참히 휩쓸고 간 탓이다.
이곳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태풍으로 망가진 과일과 채소류 등을 살펴보고, 농장주를 위로했다. 또 동행한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와 현장에서 자원봉사 중인 농협 임직원들에게도 피해 지원을 당부했다.
이 총리는 “농민들이 고령화 되다 보니 이런 일을 겪으면 자력으로 복구가 안 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 후 “공무원과 군인들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농협이 이런 일이 있을 적에 농민들과 아픔을 함께한다는 마음을 가져주는 게 고맙다”며 “실제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국 낙과 피해 4,060㏊…배 피해 가장 심각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전국에서 1만7,000여㏊에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벼 넘어짐이 9,875㏊로 피해가 가장 크고 낙과 4,060㏊, 밭작물 침수 1,743㏊, 채소류 침수 1,661㏊, 기타 368㏊ 등의 순으로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낙과 피해가 가장 심각한 품목은 배였다. 이번 태풍으로 수확을 앞둔 배 3,496㏊가 피해를 입었다. 또 시설물 250㏊, 돼지 500마리 손해도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6,045㏊로 태풍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고, 제주(3,480㏊), 충남(2,711㏊), 경기(2,127㏊) 등의 순이었다.
이 총리가 이날 찾아간 안성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안성은 국내 대표 배 산지 중 한 곳으로, 안성 지역 배 재배 면적의 42.5% 정도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이 총리가 방문한 농장의 경우 전체 경작면적(2.3㏊)의 약 30%가 낙과 피해를 봤다.
이 총리는 현장에서 바닥에 떨어진 배의 상태를 직접 살펴봤다. 또 농장주에게 재해보험 가입 여부를 불어본 후 “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빨리 피해 조사를 해서 모레까지는 보험료 50%까지는 선지급해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동행한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전반적인 지역 농업인 재해보험 가입 상황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이 총리는 “나이 드신 분들이 대체로 보험가입을 잘 하지 않는다”며 재해보험 가입률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낙과를 최대한 재활용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당부했다.
이어 이 총리는 태풍으로 무너져내린 상추 비닐하우스도 찾아 피해 농장주를 위로했다.해당 농가는 비닐하우스 15동 중 11동이 파손됐다. 이 총리는 “억장이 무너질 것”이라며 “그래도 이겨내시라”고 말했다.
국방부 “가용자산 총동원해 복구 지원”
이 총리가 지난 8일에 이어 이날도 행정력을 총동원한 조속한 피해 복구를 전 부처에 지시한 가운데 국방부는 이날 “군 주둔지별로 가용자산을 총동원해 피해복구를 지원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링링이 한반도에 상륙했던 지난 7일부터 국 장병들은 복구작업에 돌입했다. 장병들은 현재 피해가 큰 제주와 경기도 포천·가평·파주 등지를 중심으로 감귤 하우스 철거, 벼 세우기, 낙과 수확, 시설 하우스 철거, 피해가옥 정비 지원, 수목 정리 등을 돕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전국 65개 지역에 군 연락관을 파견해 지자체별로 대민지원 소요를 파악하고 있다”며 “추석 이전 피해복구가 완료될 수 있도록 장비와 물자도 신속하게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농협중앙회는 태풍 피해 농업인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영양제·살균제·비료 등 영농자재를 최대 50% 할인 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낙과 1,500t을 가공용으로 긴급수매해 소비 촉진 할인 판매 행사를 열기로 했다. 쌀 농가를 위해서는 쓰러진 벼를 주정용으로 특별 매입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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