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의당이 데스노트의 위력을 한껏 발휘했다. 장차관급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퇴진 요구는 대부분 묵살됐지만 정의당이 지목한 ‘부적격자’는 예외 없이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안경환 법무부·조대엽 고용노동부·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김기식 금감원장 후보자 등을 데스노트에 올려 줄줄이 낙마시켰다. 정의당의 판정이 사실상 고위공직자의 낙마 여부를 결정하는 잣대가 되면서 당의 주가도 덩달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는 정의당의 태도가 돌변했다. 딸의 입시 특혜 등 수십 가지 의혹이 제기됐지만 정의당은 끝내 조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았다. 그동안 한두 가지 의혹만 제기된 후보자들을 데스노트에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중잣대임이 분명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인사청문회 바로 뒷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법 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며 조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이 의석수 확대를 보장해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얻기 위해 ‘조국 구하기’에 앞장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이 조 장관 일가의 ‘불의’를 ‘정의’라고 포장함으로써 정의와 상식을 완전히 버렸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눈치 노트’ ‘거래 노트’가 됐다는 조롱도 나온다. 데스노트의 주인공이 결국 데스노트에 의해 불행해진다는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김광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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