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 제도의 개혁은 마냥 미루거나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의 비법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10일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겪으면서 사법부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의 분산과 수평적 회의체를 통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지난해 법원조직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법률이 개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법행정 제도의 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최근 출범한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대해 “사법부 사상 최초로 사법행정을 수평적 회의체에서 책임 있게 수행하게 하는 의미 있는 시발점이자 향후 법률 개정으로 이루어질 사법행정 제도의 변화를 대비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외부위원들이 국민 목소리를 가감 없이 사법행정에 투영시켜 사법행정의 변화에 기여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사법부가 새삼 꺼내기 어려웠던 상고심 개편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무엇인지를 묻고 사법부 구성원은 물론 국민과 함께 그 해법을 찾게 될 것”이라며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상고법원 도입과 관련해 국민 여론을 신중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의 비법관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올해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상근법관을 감축했는데 내년에는 상근법관을 대신할 외부 전문가를 개방직으로 공모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전문화된 선진 사법행정을 구현하고 ‘좋은 재판’이라는 사법부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에 임하는 일선 법관들을 향해서도 마음가짐을 새로 다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법관이 승진이나 중요 보직 또는 일신의 안락함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승진 등을 바라보고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법관이 ‘좋은 재판’을 할 리 없기 때문에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판의 결과물인 판결문도 단순히 사법부의 대국민 서비스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사법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전관예우와 같은 불신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확정된 사건은 물론 미확정 사건의 판결문 공개 범위를 과감히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우리 사회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선언하라는 신성한 임무를 부여받았다”며 “‘재판 잘하는 법원’이라는 한길에 매진하는 사법부의 노력에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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