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재개 카드를 내밀면서 곧바로 도발에 나선 것은 북미 실무회담 재개 전에 기선을 잡아 실제 협상에서 자신들이 챙겨갈 보상을 두둑이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 부상은 “만일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실무협상에서 새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면서 정작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무력도발로 위협하는 것은 핵 폐기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북한은 무력도발로 우리 안보 위협을 일상화하는데 정부는 북한 편을 들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안보관을 드러내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9일 한 대학 강연에서 “한미동맹을 살리려다 남북관계가 망가진 상황”이라며 “남북관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유엔군사령부”라고 했다. 한반도 안보와 한미동맹은 안중에도 없고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올 들어 10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단 한 번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하지 않았다.
비핵화 조치는 취하지 않은 채 미사일 도발을 일삼으며 북미협상을 제안하는 지금의 북한 행태는 기만전술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정부는 더 이상 북한의 파렴치한 양면전술에 끌려다니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핵 포기 압박에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촉진자론과 평화경제는 북한의 양면전술만 더 부채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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