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으로 증상이 없어지면 잇몸병(치주질환)이 다 나았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잇몸조직은 서서히 파괴될 뿐 다시 회복되지 않습니다.”
김성태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잇몸병은 세균에 의한 잇몸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어서 치료를 했어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치과 검진과 철저한 구강 위생관리로 재발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안에는 약 700종의 세균이 산다. 세균이 치태(플라크)와 치석 안에 침투하면 염증이 발생한다. 치태는 세균이 뭉쳐서 생긴 얇은 막이다. 세심하게 칫솔질을 하고 치간칫솔·치실로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와 치태를 없애야 한다. 입안을 수시로 헹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잇몸 붓고 통증 있으면 반드시 치과진료 받아야=잇몸병은 치아를 둘러싼 치아뿌리를 덮은 분홍색 점막조직인 치은에 세균이 침투해 시작된 염증(치은염)이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뼈인 치조골과 치주인대 등으로 확산(치주염)되면서 악화한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주저앉으며 통증·압박감이 생기고 이가 흔들리거나 시리며 입냄새가 심해진다. 관리하지 않으면 제대로 씹지 못하다 치아를 잃을 수도 있다. 치주염이 심해지면 턱뼈가 녹아 없어지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잇몸 아래쪽 치석까지 제거하는 잇몸치료는 물론 필요한 경우 잇몸수술도 받아야 한다.
잇몸병으로 인한 통증은 다른 치통과 달리 중등도 수준인데다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간혹 몸 상태가 안 좋은 날 잇몸이 좀 부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염증 때문에 잇몸뼈가 녹아내리고 치주염이 진행되는 시기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씹을 때 통증을 느끼고 이가 흔들리는 등 명확한 자각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악화돼 이를 빼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씹는 기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잇몸병으로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1,575만명으로 2014년 1,307만명보다 20% 증가했다. 국민 10명 중 3명꼴로 급성 기관지염(1,672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20~30대 잇몸병 진료인원도 이 기간 383만명에서 432만명으로 13% 증가했다. 치과 조기검진이 늘어나고 흡연, 스트레스, 식습관·음주문화의 변화 때문이다. 다만 인구고령화의 영향으로 전체 진료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서 28%로 줄었다.
강경리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과거에는 치아 청결작용에 도움이 되는 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주로 섭취했지만 육류와, 부드럽고 치아 표면에 잘 달라붙는 식품, 당분이 많은 음료 섭취 증가로 충치·잇몸병 환자가 늘고 있다”며 “연 1회 스케일링(치석 제거)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치과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당뇨 조절 안 되면 잇몸병 위험 3배, 흡연 시 20배↑=충치·잇몸병 때문에 인공치아인 임플란트를 한 경우 잇몸병 재발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임플란트 부위는 자연치아보다 잇몸병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세균이 잇몸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증식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리므로 구강 위생관리를 게을리하거나 잇몸뼈가 잘 녹아내리는 사람은 3개월에 한 번 치과에서 임플란트 부위를 검사하고 청소할 필요가 있다. 담배도 끊는 게 좋다.
임플란트 부위가 잇몸병에 더 취약한 이유는 뭘까. 자연 치아뿌리와 잇몸뼈 사이에는 외부 세균 등과 싸우며 방어기능(면역반응)을 하는 혈관구조물·인대막이 있다. 덕분에 잇몸뼈가 염증으로 녹아내리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수십 년씩 버티기도 한다. 반면 인공치아인 임플란트와 잇몸뼈 사이에는 혈관구조물이 없다. 임플란트는 잇몸뼈에 나사를 박고 그 위에 치아와 비슷한 색깔·모양의 크라운을 씌운 구조물이라서다.
따라서 구강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치주염이 쉽게 재발하고 진행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심은 지 몇 년 안 된 임플란트를 빼야 할 정도로 잇몸뼈가 망가져 잇몸뼈 재생치료 및 새 임플란트 이식을 받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쉽다. 잇몸뼈가 녹아내려 심어져 있던 임플란트 나사 부위(픽스처)가 절반가량 밖으로 노출되면 구강 위생관리를 잘하면서 치과 정기진료를 받으면 임플란트를 빼야 하는 상황을 피하거나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잇몸뼈 속에 심어져 있던 임플란트 나사 부위가 3분의2 이상 노출됐다면 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잇몸뼈를 좀 갈아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잇몸병이 심한 사람은 혈당조절이 잘되지 않는다. 잇몸병이 심하면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정상 또는 중등도 잇몸병 환자보다 2.3배 높으며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병성 신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8.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당뇨가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잇몸병이 3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담배를 피울 경우 그 위험이 20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홍지연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치주염을 같이 앓고 있는 당뇨환자가 치주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고혈당의 조절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꼭 함께 치료받는 것이 좋다”며 “당뇨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3~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