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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cm, 43kg가 목표에요”…1020에 퍼지는 ‘프로아나’ 유행

거식증 동경하는 ‘프로아나 족’, SNS 상에서 유행

금식하는 법·급식 몰래 버리는 법·토하는 법 공유하기도

10대 학생 사이서 인기…“뼈만 남을 때까지 함께 하자”

"정신질환 중 최고 사망률…신속한 치료 받아야"

/연합뉴스




“키 167㎝에 52㎏, 목표는 43㎏인 ‘프로아나’입니다, 같이 살 뺄 분 구해요.”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을 동경하는 ‘프로아나’ 유행이 젊은 층 사이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프로아나(pro-ana)’는 찬성이라는 뜻의 프로(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아나(anorexia)를 조합한 신조어다. 최근 트위터에는 프로아나를 자처하는 계정이 확산하는 추세다. 이들은 주로 10~20대 초반 여성이다. 이들은 ‘개말라’, ‘뼈말라’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글을 올리고 먹토(먹고 토하기) 하는 법, 급식 버리는 방법, 30시간 굶는 방법 등을 공유한다.

자신을 프로아나 족이라고 소개한 트위터 이용자 A 씨는 “성공했던 최대 단식기간이 열흘이었다”며 “단식하면 변비에 걸리기 쉬운데 이럴 때 소금물 2ℓ를 마시면 효과가 좋다”고 자신의 식이요법을 소개했다. 프로아나 계정을 운영하는 B 씨는 10대 학생이다. B 씨는 “급식을 씹고 뱉는다”며 “이러한 방법으로 같이 살을 뺄 친구를 구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또 다른 10대 프로아나 계정 운영자 C 씨는 “단식하고 싶은데 너무 힘들다”며 “오늘도 채식주의자라고 거짓말하고 감자만 조금 먹었다. 프로아나 의심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이들이 거식 생활의 위험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정신병 환자’로 칭하는 등 거식증이 병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 같은 식습관을 고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프로아나 계정 운영자는 “마른 걸 좋아하는 사회에서 프로아나 방법을 비상식적으로 비난하는 현실이 슬프다. 오지랖 좀 부리지 말아달라”며 사회적 관심과 우려를 극도로 꺼렸다.



이들이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것은 거식증 환자의 생활방식을 따라 하며 다이어트를 하는 ‘프로아나 다이어트’다.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후 목표 체중에 도달할 때까지 프로아나가 된다. 이후 목표를 이루면 달성의 의미로 계정을 삭제하며 성취를 느낀다. 이들은 ‘뼈만 남을 때까지 함께하자’, ‘살찔 바에는 죽겠다’, ‘발목이 한 손에 잡히는 것이 너무 부럽다’는 등의 게시글을 남기며 프로아나 계정의 식습관을 이른바 ‘꿀팁’인 양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굶는 차원을 넘어 습관적으로 변비약, 이뇨제 등 약을 먹는 등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도 개의치 않는다.

거식증을 동경하는 프로아나 족 논란은 앞서 2000년대 후반에도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떠오르는 프로아나 유행은 SNS상에서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과거 유행과 결이 다르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서로 의지하며 거식 행동을 독려한다. 트위터에서는 ‘우리도 40㎏대가 될 수 있다. 내 친구도 이렇게 살을 빼서 유지 중이다’, ‘배가 고프면 최대한 못생겨 보이는 거울을 앞에 두고 밥을 먹어라. 그러면 다 뱉게 된다’는 등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프로아나 유행을 “자기 파괴적이고 맹목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하며 신속한 치료를 권유했다. 인제대 섭식장애 정신건강연구소의 고정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신경성 식욕 부진증은 만성화되기 쉬운 질환이며 연 0.56%의 치사율로 정신질환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에 신경성 식욕 부진증이 발병 시 정서적·신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체중 감소와 영양부족으로 인해 탈모, 치아 부식, 장마비·장폐색, 골다공증, 무월경 등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 전문의는 10~20대에 이러한 유행이 번진 이유에 대해 “사랑받고 행복해지려면 마른 체형과 완벽한 몸매를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매스컴, 광고의 가치관 주입은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을 찾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만성적이고 맹목적인 다이어트를 유발하게 된다”며 “환자가 치료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인 만큼 가족과 주변인들로의 도움을 받아 빠른 시일 내에 치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율리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온라인상 거식증에 관한 정보의 29.3% 가 거식증을 옹호하는 프로아나 내용”이라며 “이러한 영상물을 본 사람들의 82.6% 는 좋다고 반응했고 11.3% 만이 안 좋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기는 또래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이러한 정보에 몰입되면 몸에 대한 지각이 저하되어 비현실적인 저체중을 추구하게 된다”며 “학교뿐 아니라 정보처리정책의 정비를 통해 유해한 프로아나 사이트들을 필터링함으로써 청소년들을 악영향으로 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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