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6·30 판문점 회동’ 이후 답보 상태에 빠진 비핵화 논의를 재개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제74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3박5일간의 방미 일정 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아홉 번째 한미정상회담이며 지난 6월 서울 정상회담 이후 3개월 만이다.
24일에는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도 예정돼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추석 당일이었던 13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기로 했으며 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은 청와대와 백악관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총회가 열리기 불과 열흘 전에 이를 발표한 것이다.
당초 유엔총회에는 ‘투톱 외교’의 한 축이기도 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방안이 비중 있게 논의돼왔다.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만큼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직접 방문으로 돌연 계획이 변경됐다.
실제로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북미관계 진전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북미 간 대화는 지지부진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반감을 표하며 특히 우리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고 단거리발사체도 쏘아 올리는 등의 무력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9일 최선희 외무성 1부장 명의의 담화에서 “9월 하순께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문 대통령의 뉴욕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과 한미정상회담 개최 결정을 발표하며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관측한다”고 말했다. 한미대화와 북미대화가 잇따라 이어지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일보하는 중요한 국면에 돌입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내내 외부 일정을 줄인 채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한미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열리는 유엔총회에 대비해 준비할 게 많아 거기에 집중할 것”이라며 “민생과 함께 외교·안보 이슈를 농축적으로 정리해 의견을 모으는 바쁜 한 주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연내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과 미국의 실무진들이 하루빨리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문 대통령의 뉴욕행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방미를 기회 삼아 꼬인 정국과 국제관계를 푸는 것만이 국민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길이 될 것”이라면서 “‘맹탕 대북정책’ 중단과 한미동맹 복원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유엔총회에서 한일정상회담 혹은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개최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금은 어느 나라들이 (회담에) 검토되는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한미정상회담이 굉장히 어렵게 잡혔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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