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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의 ‘괜찮다’는 말에 경찰이 현장 떠나 사망했다면 국가가 배상”

취객의 “괜찮다”는 말을 듣고 경찰이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사망에 이르렀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경찰이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 A씨가 사망에 이른 과실이 인정된다”며 “국가는 A씨 유족에게 9,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15일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3월 밤 강원도 횡성경찰서 경찰관들은 A씨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두 차례 받고 출동했다. 첫 번째 출동했에서는 건물 화장실에 쓰러져 있던 A씨를 데리고 나왔으나 A씨가 구체적인 주소를 말하지 않자 귀가하라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이후 A씨가 건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입문 옆에 주저앉아 있다는 신고가 다시 접수됐고 경찰은 “이미 한 번 신고를 받아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으니 귀가하라”고 신고자에게 말했다. 현장에 다시 출동한 경찰은 순찰자 창문을 열고 A씨에게 “괜찮아요?”라고 물은 뒤 “괜찮다”는 답변을 듣자 현장을 떠났다.

A씨는 다음날 아침 건물 계단 아래에 쓰러진 채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이에 A씨 유족은 “경찰이 제대로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두 차례나 신고가 들어갈 정도로 술에 만취해 정상적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던 A씨의 건강 상태와 주변 상황을 살핀 후 경찰은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사망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등을 고려하면 괜찮다는 취지로 대답했어도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만취해 무의식적으로 나온 대답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주량을 초과해 술을 마신 과실 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국가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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