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기차 등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산업에서 해외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2·4분기 33억6,000만달러의 반도체장비 출하액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43% 증가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반면 한국은 25억8,000만달러로 11% 감소하며 대만에 이어 3위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한국의 출하액은 1년 전과 비교할 때 무려 47%나 주저앉아 감소세가 심각하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동하려면 최소한 1년 전부터 장비를 주문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은 세계 투자 1위로 어느덧 반도체강국 대열에 들어선 반면 한국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면서 세계 시장을 지배하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와 같은 산업이다. 더욱이 우리는 그동안의 메모리반도체 1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 시스템반도체 강국으로 나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리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더 늘려나가려면 미래를 내다본 선제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번 한중 간 반도체 투자 역전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는 인력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스웨덴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는 최근 LG화학 연구인력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헝다신에너지차는 전기차배터리를 포함한 신에너지차 전 분야에서 8,000여명 규모의 글로벌 채용에 나서 국내 인력이 많이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 주요 국가는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 수준이 최고인데다 숙련인력도 많아 중국 등 해외 각국이 고연봉을 제시하며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인력유출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유출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반도체에 이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산업으로 떠오르는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면 해당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책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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