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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하는 국회법 만들기만 하면 뭐하나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다돼가는데도 국회의 모습은 변한 게 없다. 일하는 국회법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를 매달 2번 이상 개최한다는 게 주요 내용으로 7월17일 본격 도입됐다. 무위도식하는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자는 것이 취지다. 하지만 걸핏하면 파행을 일삼고도 세비는 꼬박꼬박 챙기는 국회의 몰염치는 여전하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17개 상임위 가운데 8월 한 달간 법안소위를 2회 연 곳은 정무위 등 4곳에 불과했다. 아예 한 번도 열지 않은 곳도 10곳에 달했다. 9월 들어서도 현재까지 모든 상임위의 법안소위 개최 실적은 제로(0)다. 국회가 스스로 일하겠다는 법을 만들어놓고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이러니 법안 처리가 제대로 되겠는가. 20대 국회 법안 통과율은 30%를 겨우 넘어 역대 최저다. 계류 법안만도 1만5,000여건에 이른다. 무엇보다 유턴기업 지원법과 신산업·신기술 지원을 위한 빅데이터3법,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민생·경제활력법이 방치돼 있다.

지금도 여야가 당리당략에 몰두하고 있어 연내 법안이 다뤄질지 걱정이다. 이런 상태인데도 국회의원들은 입만 열만 민생과 나라 경제를 얘기하니 어이가 없다. 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일 안 하는 국회의원들의 세비 반납’에 찬성했다. 나랏일 하라고 뽑아줬는데 제 역할을 하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다. 지금 같은 행태를 계속하면 국회 불신만 심화할 뿐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17일 본격화하는 올 정기국회는 ‘일하지 않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정쟁 대신 민생을 챙기는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은 국회 파행을 국회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청와대의 책임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에 진심으로 대하겠다’는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오기와 독선만 가득하다. 이제라도 국회와의 소통과 설득에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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