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는 같은 소속사(클로버컴퍼니) 선배인 한석규와 ‘왓쳐’를 통해 연기 호흡을 처음 맞췄다. 이 뿐만 아니라 베테랑 배우인 김현주와 서강준과 한 작품에서 만났다. 한마디로 ‘프로들의 세계는 이런거구나’ 를 경험 할 수 있게 한 현장이었다. 박주희는 “저 빼고 다 프로들이었다. ’여기가 바로 프로의 세계구나‘ ’이게 진짜 촬영장이구나‘ 그런 걸 느꼈다”며 행복한 표정을 보였다.
박주희는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싶지만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 분들처럼 좋은 배우,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기도.
지난달 25일 시청률 6.6%로 막을 내린 OCN 토일드라마 ‘왓처’에서 과학수사팀 출신 감찰반 경찰 조수연 역을 맡아 시청자들로부터 눈도장을 받은 박주희. ‘왓쳐’는 15년 전 비극적인 한 사건에 얽힌 세 인물이 경찰의 부패를 파헤치는 비리수사팀이 돼 권력의 실체를 밝혀내는 드라마다. 경찰을 잡는 경찰, 감찰이라는 소재로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다면성을 치밀하게 쫓는 심리 스릴러를 표방한다.
2017년 첫 드라마인 ‘내일 그대와’ 이후 ‘황금빛 내 인생’, ‘오늘의 탐정’ 등에 이은 본격적인 드라마 도전이다.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그는 ‘작품에 민폐만 끼치지 말자’가 목표였다. 튀지 않고 잘 녹아드는 인물로 자리 잡은 뒤 어느 순간부터 한 팀으로 보이길 희망했다.
그렇기에 “조수연이란 인물이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주희가 연기한 조수연 경장은 과학수사팀에서 일하다 저지른 실수로 트라우마를 얻은 뒤 세양지방경찰청 감찰반으로 파견돼 주인공 도치광 팀장(한석규)과 일하고 사건을 지켜보며 선과 악의 경계를 고민하는 인물이다. 과거 과학수사팀 전문요원 특채로 들어와 명확한 증거로 범인을 검거하는데 일조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현장 감식 때 증거물을 훼손하여 확실한 용의자를 풀어주게 된 이후 자신감을 잃었다.
처음에는 감찰반 반장 도치광(한석규 분)의 든든한 오른팔로 활약하는 조수연을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진지한 캐릭터로 해석해 잠시 헤매기도 했다. 작가와 감독이 원한 캐릭터는 좀 더 밝고 유연한 인물이었다. 세양지방경찰청장이 비리수사팀에 심어둔 스파이라는 정체가 밝혀진 후 조수연 캐릭터는 조금씩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리틀 도치광’, ‘습득왕’ 이란 별명들로 불리기 시작했다.
욕심 나는 캐릭터인 ‘조수연’과 마주했지만, 10년차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연기 인생 마지막 기회라 생각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박주희는 “드라마를 3작품이나 했는데, 이 역할마저 잘 해내지 못하면 연기 일을 계속 해야 할지를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저와 잘 맞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조연이지만 이만큼 서사가 있는 롤 맡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생일대의 기회를 내가 못 살린다면 재능의 문제도 있겠다 싶었다”고 간절했던 심경을 털어놨다.
‘왓처’를 통해 캐릭터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한석규 배우의 공이 크다. 박주희는 “한석규 선배님은 그저 ‘자연스럽게 하는 게 연기가 아니다’ 고 말씀해주셨다”고 도움 받은 일화를 공개했다. “배우가 캐릭터를 만들어서 보여주려면, 그 캐릭터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생각을 해놔야 연기할 때 튀어나올 수 있다고 하셨다. 아이디어를 억지로 짜서 하는 게 아니라면서. 처음에는 그 설명을 듣고도 잘 모르겠더라. 저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데 몰랐으니 말이다. 선배님이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해’ 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조수연’이란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다.”
수연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 갔듯, 박주희 역시 자신안에 숨겨진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게 됐다. 그는 “수연이 비수사팀에서 적응하는 과정이 저란 사람이 적응하는 과정과 너무 비슷했다”고 말했다. 수연이 인정받기 위해 무작정 열심히 했듯, 박주희 역시 팀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조수연은 그렇게 살아 움직였다. ‘인간은 섬이야’란 도치광의 어록을 따라하는 가 하면, 오징어 다리 하나도 도치광을 흉내내며 먹었다. 도치광의 버릇들이 있는데 알게 모르게 조수연에게 스며든 것. 그렇게 도치광 팀장을 동경하고 따르는 사제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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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박주희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이 작품은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첫 작품이었던 것 같다. ‘나 이렇게 밝은 사람이었지’ 연기 하면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그 안엔 밝고 장난기도 많았다. 박주희는 그동안 저의 밝은 면을 연기에 넣는 법을 몰랐다고 했다. 캐릭터와 배우의 조화로운 모습이 작품 안에서 살아 숨 쉴 때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건국대학교 영화과를 나온 박주희는 오래전부터 독립영화계로부터 사랑받은 배우다. 배창호 감독의 ‘여행’(2009)으로 데뷔해, 거인(2014), ‘마녀’(2014), ‘걷기왕’(2016)등에 출연하며 스크린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남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싶은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제가 혼자보다는 같이 해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 깨닫고 있는 것 같다”며 “인생 자체가 그런 것 같다”는 의연한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했다.
질리지 않고 오래가는 ‘귀여운 배우’ 더 나아가 ‘귀여운 할머니’가 꿈이다. 한마디로 “마인드가 젊은 올드하지 않는 세련된 어른이 되고 싶어요”란 답을 내 놓았다.
그가 가고자 하는 배우의 길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른 배우랑 조화가 되는 배우’이다.
“배우 일을 하면서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계속 그렇게 다른 배우랑 조화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물론 조화가 있으면서 배우로서 개성도 있어야겠죠. 그걸 찾는 과정이다. 아직은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나만의 매력이 뭔지 모르겠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하면서 알아가야죠. ”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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