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가 제1 야당 대표로 첫 삭발을 하면서 야권의 투쟁은 물러설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명절 전인 지난 10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가장 먼저 삭발하며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을 했고 11일 한국당 소속 박인숙 의원도 삭발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한국당 지도부는 삭발과 단식 등 수위 높은 투쟁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15일 이학재 한국당 의원이 정부를 규탄하며 단식에 돌입하며 대정부 투쟁에 합류했다. 여기에 황 대표도 명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단행한 것이다.
황 대표의 삭발로 한국당 내에서도 다른 의원의 투쟁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의 수장이 강성 투쟁에 나선 만큼 당내 소속 의원들도 동참할 수밖에 없는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대표가 삭발을 했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도 의지를 보여야 할 상황이 됐다”며 “충성 경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소속 의원 수십명이 삭발식에 참석해 더 강한 투쟁의 결기를 다졌다.
야권은 황 대표의 행보에서 읽히듯 추석 이후 반문·반조를 위한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황 대표는 명절 당일을 제외한 12일과 14일 모두 서울 시내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시민들을 만났다. 황 대표는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읽고 “추석 민심은 분노 그 자체”라고 논평했다. 명절에 앞서 나온 리얼미터의 9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여론이 50%로 집계됐고 직접 현장에서 이 같은 민심을 황 대표와 야권이 확인했다는 것이다.
야권은 동시에 총구를 법무부로 돌렸다. 이날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 등 한국당 의원들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사실상 국회로 호출했다. 김 차관은 조 장관이 임명된 후 가족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에 윤석열 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 수사 방해와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김 차관은 일정을 이유로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그러나 여야 간 합의를 통해 현안 질의를 하기로 해 김 차관이 국회에 오는 일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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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도 여권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날부터 조 장관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요구서를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하고 서명받기에 돌입했다. 조 장관 임명 후에 야권이 추진하던 특검과 국정조사에 대한 행동에 바로 들어간 것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려면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에 따르면 총 75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청와대는 강성화하는 야권을 우려해 일단 유화의 뜻을 전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기정 정무수석을 불러 황 대표의 삭발과 관련해 염려와 걱정을 말씀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 수석은 삭발 재고의 요청도 전달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거절하고 삭발을 강행했다.
일각에선 맹렬해진 야권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비판 기류도 있다. 거대 양당의 의석수는 줄고 소수 정당의 의석은 늘어나는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보수야당 간의 입장 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흐르는 ‘자강론’의 기류도 여전하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대안과 비전 제시 없이 반대만 외쳐서는 중도층을 끌어오지 못한다”며 “통합을 하더라도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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