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언급한 두 달여 동안 서울 강남 4구 신축(5년 이하)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 상승률의 3배를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분양권·입주권 시장에도 수요가 몰리면서 7월 거래 건수가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서울 강남권과 인접 지역에서 10년 이상 된 단지들에서도 신고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는 “서울 지역은 공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완만한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서울 진입을 노리는 이주 수요까지 더해 경기권 집값도 덩달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강남 신축 發 상승세 확산 = 16일 본지가 7월 1일부터 9월 9일까지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이 기간 동안 평균 0.24% 올랐다. 이를 연령대별로 보면 5년 이하 신축은 0.52% 올라 평균 보다 2.1배 상승했다. 준 신축급인 5~10년 된 아파트도 0.42% 뛰었다. 반면 재건축 아파트를 포함한 20년 초과 단지는 0.20% 오르는 데 그쳤다. 입주 10년 차 이하 단지가 상승세를 주도한 것이다.
강남 4구는 가격 상승 폭이 더 크다. 5년 이하는 0.73%, 5~10년도 0.71% 상승했다. 두 달여 동안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0.24% 오를 때 강남 4구 10년 차 이하 단지는 이 보다 3배 가량 뛴 0.7% 상승한 셈이다. 상승 폭은 7월보다 8월이 더 컸다. 서울은 5년 이하 신축 상승률이 7월 0.18%, 8월 0.21%를 기록했다. 강남 4구는 0.15%(7월)와 0.36%(8월)를 보였다. 올 초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는 전용 84㎡B가 6월 18억5,000만원에서 8월 23억5,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껑충 뛰었다. 현재 호가는 25억원이다.
신축 발 상승세는 10년 차 이상 및 경기권으로 확산 되는 분위기이다. 9월에 입주 10년이 넘은 대치동 아이파크 전용 114㎡는 전고가에서 1억원 뛴 2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16년 차인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 전용 163㎡도 9월 초 26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경기 과천시 원문동의 과천래미안슈르 전용 116㎡도 9월 초 14억8,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 9·13 대책 후 분양권 거래 최대 = 분양권과 입주권 시장도 뜨겁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신고된 7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계약 체결 기준)는 250건이다. 이는 ‘9·13 대책’ 전인 지난해 8월(390건) 이후 가장 많다.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그라시움은 9월에 12건이 거래됐다. 가격도 연일 최고가다. 8월 말에 전용 84㎡가 13억 4,500만원, 전용 113㎡ 18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73㎡도 9월 초 12억 543만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고덕동 H 공인 대표는 “새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면서 거래 가능한 분양권과 입주권 가격이 단기 급등했다”며 “입주 때 조금 더 싸게 나올 매물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매우 많다”고 전했다.
양천구 신정뉴타운 아이파크위브 전용 84.98㎡도 9월 들어 8억 5,680만원에, 성북구 장위뉴타운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101㎡도 8월 말 8억 7,000만원에 각각 최고가 거래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상한제로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것에 추가 금리 인하 기대와 가을 이사철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강보합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면서 “다만 실제 정책이 어떻게 적용될지 아직 불확실하고, 실물 경제가 위축돼 큰 폭의 상승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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